새정치 전남도당의 한심한 ‘민생캠프’

고하승

| 2014-07-24 16:01:46

편집국장 고하승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야당의 전통적 텃밭인 광주ㆍ전남 순천에 때 아닌 ‘여당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그동안 국회의원은커녕 시ㆍ군ㆍ구의원 한 명 배출하지 못한 볼모지인 호남에 처음으로 여당 지역구 국회의원이 탄생할 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즉 이번 재보선은 어쩌면 야당 텃밭인 호남에 여당이 교두보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이정현 후보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제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화들짝 놀란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바로 순천·곡성으로 달려가는 등 지도부 총동원령을 내렸다. 김한길 공동대표에 이어 안철수 공동대표도 조만간 이곳 지원유세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새정치연합 전남도당이 순천 공영주차장에 소위 ‘민생캠프’라는 이름으로 불법천막을 설치해 빈축을 사고 있다.

새정치연합 전남도당은 지난 22일 순천선거관리위원회에 도당사무소 변경신고 후 순천시 연향동 조은프라자 앞 공영주차장 주차면에 가로와 세로가 각각 5m 규격의 거대한 몽골텐트 3동을 설치해 ‘민생캠프’라는 이름을 붙이고 도당 업무를 시작했다.

이 민생캠프에는 전남도당 당직자를 비롯해 중앙당 파견 당직자, 지역당원들은 천막캠프에 24시간 근무하고 있다. 물론 곡성ㆍ순천 재보궐선거 새정치연합 서갑원 후보의 선거지원활동을 위한 것이다.

문제는 그 민생캠프가 엄연한 불법이라는 사실이다.

실제 순천시 공영주차장 위 수탁관리 규칙에 따르면 공영주차장은 '주차목적외 사용은 금지' 하도록 되어 있다.

즉 시민이 이용하는 공공주차장에는 텐트를 비롯한 건축물을 설치할 수 없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엄정하게 법을 지켜야 할 공당이 법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려는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음은 두말 할 나위조차 없다.

아무리 선거 판세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고 해도 이런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득표활동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새정치연합 서갑원 후보가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에게 점차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KBS와 미디어리서치가 22~23일 전남 순천·곡성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를 실시한 결과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새정치연합 서갑원 후보를 38.4% 대 33.7%로 4.7%p 차이로 앞섰다.

앞서 여수MBC와 순천KBS가 공동으로 지난 20∼21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도 이정현 후보가 38.4%를 얻어 33.7%에 그친 서갑원 후보를 제쳤다. 심지어 지역신문인 순천투데이가 지난 17∼20일 지역 유권자 15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3%p)에서도 이 후보는 45.5%로 서 후보(35.8%)보다 높은 지지를 받았다.

소위 야당 텃밭이라는 이 지역에서 새정치연합 후보가 패배할 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선거를 책임지고 있는 도당으로서는 어떻게든 판세를 뒤집어야 한다는 생각에 물불 가리지 않고 이런 행태를 벌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아주 작은 규칙조차 지키는 못하는 정당이 어떻게 큰일을 하겠다며 유권자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겠는가.

전남도당은 지금 즉시 불법 시설물을 자진철거하고 합법적인 절차에 따른 합법적인 선거운동을 해야 할 것이다.

지금 지지율에서는 이정현 후보가 앞서고 있지만 당선 가능성에서는 서갑원 후보가 상당히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여수MBC와 순천KBS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서 후보가 40.8%로 26.4%를 얻은 이 후보를 크게 앞섰다.

이는 숨은 표의 상당수를 서 후보가 가져갈 것이란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무응답층인 중립지대의 유권자들, 즉 기존 정치권에 식상해 있는 유권자들은 깨끗하고 합법적인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의미에서 승리를 위해서라면 불법도 불사하는 정당의 모습을 보인 전남도당의 행태는 되레 표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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