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는 ‘共同善’이다
고하승
| 2014-08-18 12:26:00
“정치는 사랑과 자비의 가장 고상한 형태이다. 왜냐하면 그것(정치)이 우리를 공동선(共同善)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그럴 능력이 있음에도 공동선을 위한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자는 이기적이며 사익을 위해 정치를 이용하는 것은 부패다.”
이는 4박 5일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18일 출국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말이다.
그는 또 박근혜 대통령과의 공동연설에서 “한국 사람들이 공동선을 위해 연대하고 협력하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메시지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아마도 ‘공동선의 추구’일 것이다.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되는 공익(public interest)의 추구는 현대 사회를 원활히 운영할 수 있게 하는 가장 핵심적인 원리이자 그것이 정치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여야 각 정당과 정치인들은 공동선을 추구하기보다는 정쟁을 일삼기 일쑤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가 가장 발전했다는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런 모습으로는 결코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되레 실망만 안겨 줄 뿐이다.
실제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끝없는 정치공방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 때문에 양당에 대한 지지율이 모두 하락했다.
미국 CBS 방송이 지난 달 29일부터 8월 4일까지 전국의 성인남녀 1344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한 결과 야당인 공화당에 대한 우호적 여론은 29%로 지난 5월의 33%에 비해 4%포인트 하락했다. 반면에 비우호적 여론은 62%로 5월의 58%에 비해 4%포인트 상승했다. 여당인 민주당도 우호적 여론이 5월의 43%에 비해 2% 포인트 낮은 41%로 떨어졌다.
이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양당이 '이민개혁법'과 '기후변화구상' 등 각종 정책 현안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기싸움 성격의 지루한 정치공방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제소 및 탄핵 문제를 놓고 양당이 첨예하게 맞붙은 상황도 미국민들로 하여금 정치권에 염증을 느끼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 정파를 떠나 미 의회 전체의 직무수행 정도에 대한 여론은 찬성 15%, 반대 78%로 부정적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또 2016년을 향해 사실상의 대선 행보를 시작한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정면 비판했다가 도리어 역풍을 맞기도 했다.
여야를 통틀어 여전히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대선 예비주자이지만 공화당 상대주자들과의 격차가 눈에 띄게 좁혀지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여론 조사기관인 맥클래치-마리스트가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성인남녀 1035명을 상대로 가상 양자대결 여론조사를 한 결과, 클린턴 전 장관은 공화당의 최대 잠룡인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를 7%포인트(48% 대 41%) 앞서는 데 그쳤다.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가 지난 2월 21%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격차가 좁혀진 것이다.
그 이유는 클린턴 전장관이 최근 인기가 추락한 오바마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의도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정면 비판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민들은 정치권이 공동선을 추구해주기 바라는데도 정치인들은 정쟁만 일삼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8월 1주차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 45%, 새정치민주연합 21%, 정의당 4%, 통합진보당 3%, 지지정당없음/의견유보 26%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은 전주 대비 3%포인트가 상승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5%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가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양당 간 격차가 무려 두배 이상이 된다는 것은 가히 충격적이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새누리당은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이 없는 민생·경제 법안의 분리 처리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특별법이 타결되지 않으면 단원고 학생들의 대입 특례입학에 관한 법안과 국감 분리실시를 위한 법안을 처리하지 않겠다고 맞서며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처럼 ‘공동선’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당파적 사익을 우선하는 모습이 유권자들의 눈에 곱게 비춰질리 만무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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