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소리’ vs. ‘용기 있는 소리’

고하승

| 2014-08-28 13:56:53

편집국장 고하승


세월호 특별법 처리문제를 놓고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20여명이 지난 26일 밤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철야 농성을 벌인데 이어 27일에는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 60여명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28일에도 소속 의원들이 조를 나눠 오전 11시30분부터 거리 선전전에 나서는 등 투쟁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국회가 사실상 실종되고 말았다.

이 같은 상황을 보다 못해 필자는 전날 ‘새정치연합 온건파는 이제 침묵을 깨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그 칼럼에서 필자는 “최근 새정치연합의 의총은 대체로 강경파가 주도하는 분위기였고, 온건파들은 그 자리에서 아예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후 “새정치연합 온건파들은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며 ‘용기 있는 목소리’를 주문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28일 그런 목소리들이 일제히 쏟아져 나왔다.

새정치연합 조경태 의원은 이날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강경파가 득세하면 나라 망한다는 말이 있다”며 “일부가 야당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뜯어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김영환 의원도 이날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 "야당이 국회를 포기하는 것은 이순신 장군이 화포를 버리고 칼로 싸우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황주홍 의원 역시 장외투쟁에 반대하며 “당은 국회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뒤늦게나마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이런 용기 있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강경파들이 이끄는 장외투쟁에 반대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다수의 강경파들이 장악하고 있는 당에서 잘못 찍히면 총선 때 정체성이 부족하다며 공천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옛 민주당은 19대 공천심사 과정에서 정체성을 평가한 일이 있었다.

당 소속 130명의 의원 가운데 절반가량이 극단적인 장외투쟁에 반대하고 있지만 정작 반대성명에 동참한 의원들은 15명에 불과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황주홍 의원은 “대충 저희들이 느끼기에는 절반 이상이 장외투쟁 방식에 대해서 반대하고 이건 아니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성명에 동참한 의원수가 고작 15명에 불과한 것에 대해 “현재 인적 구성비에 있어서 진보강경파가 다수이고, 또 진보강경파는 상당히 발언권이 세다. 운동권 출신이다 보니까 전투력이 워낙 좋은 분들이라 의원총회를 하게 되면 총회 분위기를 지배한다. 그러다보니까 온건파들이 발언하기를 꺼려하고, 또 다수 강경파에게 혹시라도 밉보일까봐 조심스러워하는 그런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강경파들의 ‘큰 소리’ 때문에 온건파들이 ‘용기 있는 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온건파들이 침묵하면 새정치연합은 결코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실제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26일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사실상 세월호특별법 재재협상을 요구하며 장외 투쟁에 나선 것에 대해선 국민의 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 등 일부 야당 정치인들의 단식 농성에 대해 국민 10명 중 7명가량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심지어 새정치연합의 장외 투쟁과 문재인 의원 등의 단식 농성에 대해선 상당수 야당 지지자들까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민주정책연구원에서 자체 조사한 여론조사도 62%가 장외투쟁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지금 새정치연합이 가는 방향, 즉 강경파가 이끄는 방향에 대해 국민이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황주홍 의원이 “왜 국민이 싫어하는 것을 하느냐”며 “왜 선거에 지는 길로 가려고 하느냐”고 꼬집었겠는가.

맞다. 이대로 방치하면 새정치연합은 살아남기 어렵다. 누군가 나서서 제동을 걸어주어야 한다.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큰 목소리를 내는 강경파들이 아니라, 바로 용기 있는 소리를 내는 온건파들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