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의원은 ‘금배지’를 걸어라

고하승

| 2014-09-18 12:52:43

편집국장 고하승


경찰이 지난 17일 세월호 사고 유가족들이 대리운전기사와 시비가 붙어 폭력을 행사했다는 신고를 받은 뒤 사건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있다.

당시 그 현장에는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이 있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사고 당일 새벽 0시 40분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거리에서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의 김병권 위원장과 김형기 수석부위원장을 포함한 세월호 유가족 5명이 대리기사를 폭행하고 그를 말리던 행인 2명까지 폭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대리기사 이 모씨는 김 의원이 자신을 불러놓고 30여분 간 기다리게 해 “안 가실 거면 돌아가겠다. 다른 사람 부르시라”고 하자, 유가족들이 “국회의원에게 공손하지 못하다”며 자신을 일방적으로 폭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유경근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 대변인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양측 충돌로) 김병권 위원장이 팔에 깁스를 하게 됐고 김형기 수석부위원장은 치아 6개가 부러지는 등 (유가족의) 일방적인 폭행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과연 누구 말이 맞을까?

행인 김모씨 등은 경찰에서 “유가족들과 함께 있던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이 대리기사 이모씨와 말싸움을 벌였고, 이후 유가족들이 이 씨를 때리는 것을 보고 말리려다가 (유가족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행인(行人)이라함은 ‘길을 가는 사람’이다.

그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고, 대리기사 이 씨와도 연관이 없는, 단지 우연히 그 시간에 그 곁을 지나가던 사람으로 ‘제 3자’를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볼 때에 유가족들의 주장보다는 대리기사의 말에 더 믿음이 간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사실 이를 명백하게 증명해 줄 사람은 따로 있다. 그 자리에는 김현 의원이 있었다. 그것도 자신으로 인해 빚어진 충돌이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현장상황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확실한 현장목격자인 셈이다.
그런데 김 의원은 “(당시) 유가족 한 명과 좀 떨어진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에 싸움이 벌어진 현장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현장을 보지 못했다는 그의 말은 사실일까?

당시 폭행 현장 맞은편 커피숍 앞에 있었던 목격자 노 모씨 일행은 그때 한 여성이 “‘야! 너 거기 안 서? 너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 고함지르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검은 정장을 입은 한 여성과 남자들 다섯이 한 남성을 둘러싸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20여분이 지나서 여자 쪽 일행 남자들이 대리 운전기사로 보이는 남성을 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여성이란 김현 의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만일 노씨 일행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폭행 현장을 보지 못했다”는 김 의원의 말은 명백한 거짓이 되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김 의원의 말이 맞는지 노씨 일행의 말이 맞는지 모른다.

하지만 당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대리운전 기사 사이에서 벌어진 몸싸움이 인근 건물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물론 경찰이 그것을 입수했다. 우선 그 화면을 육안으로 확인했을 때, 김병권 위원장과 김형기 수석부위원장이 주도적으로 폭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가 답할 차례다.

만일 대책위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게 드러나면 어찌할 것인가. 세월호유가족대책위가 무슨 권력도 아닐 진데, 아무 힘없는 대리기사를 일방폭행 한 것이 사실이라면, 어찌할 거냔 말이다.

특히 김현 의원에게 묻는다. CCTV를 정밀 분석하면, 그 자리에 김 의원이 있었는지 여부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거기에 김 의원이 현장에서 그들의 폭행을 목격하는 장면이 나오면 어찌할 것인가.

일단 CCTV 화면에는 김 의원으로 보이는 여성과 몇몇 남성이 등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김 의원은 단지 자신의 거짓말을 사과하는 것만으로는 빠져 나가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회의원이라면 적어도 ‘금배지’ 정도는 걸어야 하지 않겠는가.

다만 김 의원이 안전행정부와 경찰청 소관 상임위인 국회 안전행정위 소속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사실이 축소.은폐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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