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신드롬 vs. 안철수 현상 vs. 고건 대망론

고하승

| 2014-10-27 16:04:21

편집국장 고하승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중국발(發) 개헌론'으로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대신 ‘반기문 신드롬’ 현상이 정국을 강타할 조짐이 엿보인다.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 1위에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한길리서치가 최근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은 39.7%의 지지를 얻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반 총장의 이런 지지율은 야권의 선두주자이자 종합 2위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13.5%에 비해 무려 3배가량 높은 수치다.

뿐만 아니라 이는 박 시장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9.3%),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4.9%), 안철수 새정치연합 의원(4.2%) 등 여야 유력 주자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친 수치보다도 높은 것이다. 한마디로 반기문 신드롬이 간단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제2의 안철수 현상’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새정치에 대한 갈망이 뭉게구름처럼 안철수 의원에게 갔다가 반 총장에게 온 것일 뿐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과연 ‘반기문 신드롬’과 ‘안철수 현상’은 닮은꼴일까? 아니면 차이가 있는 것일까?

차이가 있다면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우선 공통점부터 찾아보자.

‘반기문 신드롬’과 ‘안철수 현상’은 모두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전후해 깜짝 등장한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지율은 무려 50%대에 육박했다. 당시 그의 ‘출마 검토’ 한마디에 여의도가 출렁거렸을 정도였다.

이에 대해 정치평론가들은 “기존 정당 사람들에 대해서 일반 국민들이 얼마나 실망했고 기대감이 없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반기문 신드롬 역시 마찬가지다. 반 총장을 장내에 포함한 첫 여론조사에서 무려 40%대에 달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은 기존 여야 대권주자들에 대한 실망감의 표출이란 점에서 ‘안철수 현상’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확연하게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

반 총장은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매우 높은 가운데 정당 지지율까지 높은 여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 27일 여론조사 전문언체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에 따르면, 이번 달 4주차 정당지지율은 새누리당이 43.1%를 기록한 반면 새정치연합은 0.5%p 올라 20.9%로 겨우 20%대에 올랐을 뿐이다. 양당 격차는 22.2%p에 달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도역시 1주일 전 대비 0.5%p 상승한 50.3%(‘매우 잘함’ 16.0% + ‘잘하는 편’ 34.3%로 50%대를 회복한 상황이다. 이 조사는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이다.

반면 안철수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는 이명박 정부에 실망한 여권지지자들이 등을 돌려 여야 정당의 지지율이 오차범위를 조금 벗어난 수준에서 팽팽하게 접전을 벌이고 있을 때였다.

실제 리얼미터가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둔 시점인 그해 10월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37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1.6%p)결과, 정당지지율은 새누리당이 38.5%, 민주당(현 새정치연합)은 30.4%로 양당 모두 30%대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그리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고작 26.7%에 불과했었다.

따라서 반기문 신드롬이 ‘제 2의 안철수 현상’이 될 것이란 우려는 한낱 기우에 불과하다는 판단이다. 더구나 반 사무총장 임기는 대선 1년 전인 2016년 12월에 끝난다. 대선 1년 전까지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면서 민심을 관찰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 이 시간만 잘 활용한다면 반기문 신드롬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다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대권 도전여부에 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 적이 없는 그가 과연 대권의지를 지니고 있느냐 하는 점이 관건이다.

만일 의지가 부족하다면, 그는 2006년과 여름과 가을 무렵, 대통령 후보 지지도가 40%를 넘었던 ‘고건 대망론’을 답습하게 될지도 모른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