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망론’으로 설왕설래

반총장, “유엔 사무총장직에 충실 하겠다” 선긋기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4-11-05 11:43:09

새정치, 영입론 주장에 ‘개똥밭 참외’ 폄하 발언도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 측은 4일(현지시간) 한국 내 정치권에서 확산하는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 선을 긋고 나섰다. 2016년 말로 임기가 끝나는 반 총장이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에 오르면서 여야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망론’이 확산됐다.

하지만 반 총장 측은 이날 언론대응자료를 통해 “최근 일부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반기문 총장의 향후 국내 정치 관련 관심을 시사하는 듯한 보도를 하고 있다”며 “반 총장은 전혀 아는 바도 없고,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부인했다.

이 자료는 반 총장이 직접 작성한 것은 아니지만 보좌진이 반 총장의 허가를 받아 정리해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또 “반 총장은 테러 위협, 에볼라 사태 등 동시다발적 국제 이슈 해결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출신국 국내 정치 관련 보도가 계속되는 경우 유엔 회원국들과 사무국 직원들로부터 불필요한 의문이 제기됨으로써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직무수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반 총장은 불편부당한 위치에서 국제사회 전체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유엔 사무총장을 자신의 의사와 전혀 무관하게 국내 정치 문제에 연계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면서 “앞으로 여론조사를 포함한 국내 정치 관련 보도를 자제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날도 ‘반기문 대망론’을 놓고 여러 말들이 오갔다.

특히 반 총장 영입 문제를 놓고 새정치연합 내에서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권노갑 상임고문이 지난 3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회고록 출판기념회에서 "반 총장과 상당히 가까운 측근들이 (반 총장이) 새정치연합 쪽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나에게 타진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그는 "우리가 반 총장을 영입해서 다른 후보들과 같은 위치에서 경선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대철 상임고문도 다음 날 오전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반 총장의 야당 영입 타진설을 최근에는 제가 확인한 바 없다"면서도 "(반 총장이) 좋은 후보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영입론에 힘을 실었다.

이어 "당의 입장으로서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집권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머리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라며 "전체적인 견지에서 볼 때는 경선을 통해서 후보가 돼야 값어치가 더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기적으로 거의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는 순간과 그가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는 시기가 거의 맞아 떨어진다"며 "시간을 끌면 끌수록 이것저것 개입되는 것이 많은데 그의 임기와 후보 결정 시기가 거의 맞아 떨어져서 그런 요소가 조금씩 적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석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자기당에 압도적 후보가 없다고 벌써부터 외부로 눈길을 돌리는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반기문 영입론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 의원은 "게으른 농부가 참외농사는 안 가꾸고 야산에 개똥참외 주우러 다니는 격"이라며 "여야가 가만있는 반기문씨를 입질하는데 여당에든 야당에든 몸담는 순간 인기는 하락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같은 당 김성곤 의원도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반 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정치권에 들어와 활동하기보다는 세계 평화 등에 힘쓰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며 미리 부정적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한편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의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의 지난달 29일 세미나에서는 반 총장의 2017년 대선출마 가능성이 화두에 올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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