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우윤근, 로맨스냐 불륜이냐

고하승

| 2014-12-11 15:42:54

편집국장 고하승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연일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두 사람의 발언은 내용에 있어서도 별반 차이가 없다. 마치 쌍둥이를 연상케 할 정도로 너무나 닮았다.

우선 그들은 모두 정윤회씨 비선실세 의혹사건을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로 거론하고 있다는 점에서 닮은꼴을 보이고 있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11일 "정윤회 게이트에서 보듯 국정농단을 가능하게 하는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고치기 위해 개헌특위를 만들어 달라고 (새누리당에)강하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정윤회 게이트’라는 소위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가지고 있는 폐해 중 하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아어 “여당의 상당수 의원들도 87년 체제, 소위 제왕적 대통령 단임제는 문제가 많다는 것을 절감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도 같은 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권력구조 개편과 헌법개정' 토론회에 참석, 정윤회 문건 파동을 거론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적폐”라고 비판했다.

즉 제왕적 대통령제 적폐 해소를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의원과 우 원내대표가 이처럼 개헌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날에도 우 원내대표는 비상대책회의에서 “개헌 논의는 늦출 수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라며 “대통령의 제왕적 통제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오 의원도 그보다 하루 앞선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개헌추진 국민연대' 출범식에 참석해 "지금 문고리 3인방, 정윤회가 실세라고 해서 전부 몰려들었다"며 "대통령제 하에서는 여당이 대통령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이게 대통령제의 폐해"라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개헌의 방향에서도 두 사람 모두 ‘이원집정부제’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대통령 1인에게 모든 인사권과 권력이 집중된 것은 막자는 의견이 많다”면서 “그래서 대통령에게 국군통수권과 국가원수로서 비상대권, 국회해산권 같은 것을 주되, 총리는 국회에서 뽑는 분권형 의원내각제를 (의원들이)많이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 국가의 헌법을 전부 다 읽어봤는데, 우리나라처럼 대통령에게 강력한 중앙집권적인 시스템은 멕시코, 칠레, 한국 정도”라며 “(국민소득) 28000달러가 넘는 나라에서 이와 같은 강력한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국가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이재오 의원 역시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자다.

이 의원은 자신이 추진하는 개헌 방향에 대해 "대통령은 외교-통일-국방과 즉, 국가 원수직은 대통령이 갖고 행정부 수반, 즉 내각 수반은 국무총리가 갖는 형태"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대통령 쪽에 무게가 좀 실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대통령은 외국에 나갈 때나 의전상 국가원수의 대접을 받고, 또 전시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만 권한을 갖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실권은 총리가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 의원과 우 원내대표는 왜 그토록 ‘이원집정부제’ 개헌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새누리당 소속인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최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다선 국회의원들이 이원집정부제를 해서 입법권도 갖고 행정권도 독차지하겠다는 속내를 보인 것”이라고 비난했었다.

즉, 죽었다 깨나도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그래서 국민투표로 선출하는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감히 꿈조차 꿀 수 없는 다선의 국회의원들이 당을 장악해 ‘실세 총리’가 되려는 음모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개헌론이 탄력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선 국민이 이원집정부제 개헌에 대해 비판적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제를 지지하는 응답률이 무려 70% 중반대로 나타난 반면 이원집정부제 지지 응답은 10%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의 근거로 거론하고 있는 ‘정윤회씨 시선의혹 문건’이 허위로 판명 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결국 이재오 의원과 우윤근 의원의 로맨스는 조만간 막을 내리고, 여야 의원의 불륜이라는 지탄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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