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하고픈 말, 국민들이 듣고픈 말
김윤덕 국회의원
김윤덕
| 2015-01-20 14:54:28
‘도행역시’는 춘추 시대의 오자서가 그의 친구 신포서에게 ‘도리에 어긋나는 것은 알지만 부득이하게 순리를 거스르는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고 변명하는 상황’에서 유래한다. 이후 ‘잘못된 길을 고집해서 걷는 상황’을 일컫는 사자성어로 사용되고 있는데,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한마디로 ‘도행역시’였다.
박 대통령의 현 시국 인식이 우리 국민들의 인식과 매우 다르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올해 신년 기자회견은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과 국민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전혀 달랐다.
그간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보수 언론조차도 박 대통령의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평가는 매우 비판적이다.
‘대통령 인식과 민심의 큰 격차 어떻게 메꿀 건가?(조선)’, ‘소통없이는 대통령의 국정혁신 어렵다(중앙)’, ‘불통의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으로 새국정동력 얻을 수 있겠나(동아)’ 등의 사설을 통해 박 대통령의 집권 3년차 국정운영에 대해 우려를 쏟아냈다.
박 대통령은 지난 한해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없이 올해가 경제를 되살리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국민의 동참을 호소하는데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필자가 전주와 서울에서 만난 대부분의 분들은 박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그간 불통 이미지를 바꾸고 이를 위해 청와대를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를 기대했다.
대다수 국민은 박근혜 정부의 불통을 걱정하고, 박 대통령에게 그 해법을 기대하고 있는데, 박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에 국민 동참만을 호소하고 있으니, 과연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겠는가?
말은 신년 기자회견이지만, 마치 박 대통령이 하고싶은 이야기만 전달하는 연두교서처럼 보였다.
‘정윤회 문건’으로 대한민국이 이렇게 소란스러운데, 박 대통령은 권력 암투와 지휘책임에 대한 심각함보다는 일부 공직자의 잘못된 일탈로 한정했다.
또 정윤회씨는 ‘국정 근처에 온 적도 없는 사람’,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의혹에 대해서는 ‘터무니없이 조작된 얘기’라고 못을 박았다. 박 대통령의 이런 해명에 대해 동의할 국민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국정 동력 상실이 우려된다. 박 대통령은 남은 3년간 “경제부흥과 평화통일의 기반을 다지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경제혁신 3개 년 계획의 2년 차임을 강조하면서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구조 개혁 등 국정의 방향을 제시하고, 실천 계획과 각오도 밝혔다.
그러나 이런 험난한 과제들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압도적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국민으로 하여금 국정의 진정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과연 국민이 아무리 기대하는 인적쇄신없이, 국정 동력에 힘을 받을 수 있는 진정성을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을까?
박 대통령이 이제라도 민심의 향방을 진중히 살펴 또다시 ‘도행역시’의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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