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집정부제 개헌 탄력 받나
고하승
| 2015-02-03 14:16:18
지난 2일 실시된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은 당초 팽팽한 접전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유승민-원유철 후보가 무려 19표차로 압승을 거두었다. 결정적인 승부수는 ‘개헌론’에서 나왔다고 한다.
국회 개헌특위 구성에 대해 원래 개헌론자였던 이주영 의원은 물론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인 홍문종 의원이 부정적인 반면 유승민 원내대표와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의 여당 소속 50여명이 유승민-원유철 팀에게 몰표를 던졌다고 한다.
개헌론은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살리기에 매진하는 골든타임을 허비하게 하는 '블랙홀'로 규정하고, 줄곧 논의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하지만 유승민 원내대표의 탄생으로 개헌론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친이계 이재오 의원은 불과 이틀 전, 전북개헌추진국민연대 출범식에 참석해 “외교·통일·국방의 권한은 대통령이 갖고 나라 살림은 내각에 줘야 한다”며“대통령과 총리가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권력 집중으로 인한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을 제기한 바 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자신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개헌 의사를 표현할 기회가 있을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실제 이 전 대통령 측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최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선거구역 개편이라든지 개헌이라든지 이런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루지 못했다"며 이 전 대통령이 선거구제 개편과 개헌 등 정치권의 민감한 이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조만간 직접적으로 밝힐 수도 있음을 시사했었다.
앞서 김무성 대표도 작년 중국에서 “개헌 봇물”을 언급하면서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라는 구체적인 방향까지 제시한 바 있다.
2.8 전당대회를 앞둔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개헌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유력 당 대표 후보인 문재인 의원은 3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개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개헌논의 시기에 대해선 “올해가 대통령 임기 중반이기도 하고 큰 선거가 없는 해이기 때문에 개헌논의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지금이 적기임을 강조했다.
개헌 방향에 대해선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나누는 분권”이라며 분권형 개헌론을 제시했다.
대표적 개헌론자인 우윤근 원내대표는 전잘 자신의 새누리당 파트너로 유승민 원내대표가 당선된 것과 관련, "개헌문제에 대해서도 상당히 전향적인 지도자가 여당의 원내대표가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개헌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었다.
특히 최근 오스트리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우 원내대표는 "오스트리아가 여야 갈등과 좌우 갈등을 극복하고 여야가 연정해 직선제 총리와 의회가 견제기능을 갖추며 국민소득 5만불을 넘는 경제대국이자 민주국가가 된 것은 여러 모로 시사하는 바가 컸다"며 "한국도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 선진국가로 가기 위해 개헌문을 반드시 터야 한다"고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을 방향으로 제시했다.
여야 개헌론자들이 한결같이 ‘이원집정부제’를 개헌의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제아무리 ‘경제블랙홀’을 우려하며 개헌론을 차단하려고 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역부족이다. 그러나 국민이 함께하면 가능하다.
이원집정부제라는 게 무엇인가.
이원집정부제를 실시하는 오스트리아에서의 대통령은 비록 국민이 뽑지만 허수아비나 마찬가지다. 사실상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아무것도 없다. 반면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모여 지명한 총리는 행정부 통할, 법률안 제출권, 예산편성권, 행정입법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즉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보다도 국회의원들이 지명한 총리의 권한이 더 막강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원집정부제는 국가 최고지도자의 선출권을 국민으로부터 빼앗아 국회의원들이 나눠 갖는 제도인 셈이다. 국민 그걸 원하면 이원집정부제 개헌추진을 해도 된다. 허나 국민이 반대하면 안 된다. 이 나라의 주권은 국회의원으로부터 나오는 게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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