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국민모임’이 아니고 ‘제3신당’인가
고하승
| 2015-02-10 11:57:49
“문재인이 대안이 아니라면 왜 정동영이 아니고 손학규인가.”
이런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다.
먼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를 거론하기 이전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가능성부터 집는 게 순서일 것이다. 만일 문재인 대표의 차기 집권 가능성이 높으면, 정동영 전 의장이나 손학규 전 대표는 아예 거론할 필요조차 없기 때문이다. 확실한 대안이 있는데 국민이 굳이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릴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물론 10일 여론조사업체인 '리얼미터' 발표에 따르면, 새정치연합 정당 지지율이 7개월 만에 30%대를 넘었고, 문재인 대표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도 동반 상승해 20%대에 진입하는 등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건 사실이다.
실제 지난 6일과 9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서 새정치연합 지지도는 30.5%를 기록했다. 지난 3~4일 조사에서 기록한 지지율(27.7%)보다 2.8%p 오른 것이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35.7%에서 35.2%로 0.5%포인트 하락했다. 양당의 지지율 격차는 4.7%P에 불과했다.
특히 문 대표는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22.6%를 기록해 2위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12.9%보다 약 두 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10.4%)나 같은 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7.7%)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하지만 이는 ‘2.8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로 그런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문제다.
과거에도 새정치연합은 이른바 ‘안철수 신당’ 추진세력과 민주당의 합당 컨벤션 효과로 인해 지지율이 급상승한 바 있다.
실제 작년 3월 합당 당시 여론조사 기관 리서치뷰가 전국 휴대전화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41.0%로 새누리당(43.3%)과의 격차를 오차범위 이내인 2.3%p로 따라잡았었다.
하지만 그해 치러진 7.30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패배하자 정당 지지율은 급락, 통합 창당 이전의 민주당 시절 수준으로 떨어졌다.
실제로 작년 8월 8일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이 45%, 새정치민주연합이 21%, 정의당이 4%, 통합진보당이 3%로 각각 나타났다. 없음(의견유보)이 26%를 기록했다.
단순히 어떤 컨벤션 효과로 끌어 올린 지지율은 신기루와 같은 것이어서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인 셈이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전대 효과로 인해 정당 지지율과 문 대표의 지지율이 상승했으나 4.29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정당 지지율 추락은 불 보듯 빤하다. 그런 상태에서는 그가 당 대표 자리마저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새정치연합의 패배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번에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 중원, 광주 서을 등 3곳 모두 야당 강세지역이라고는 하지만 야권표의 분산으로 쉽지 않게 됐다.
실제 옛 통진당 지역구 출신 의원들이 이미 관악을과 성남 중원에 출마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고,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국민모임 측에서도 3곳 모두 ‘깜짝인사’를 후보로 내겠다고 선언한 마당이다. 여기에 유일한 원내 진보당 정의당까지 독자후보를 낸다는 방침이어서 야권표의 분열은 피할 수 없게 됐다.
4.29 보선에서 패하면, 문 대표는 7.30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처럼 대표직을 내어 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설사 그렇지 않고 버틴다고 해도 그런 상태에서 제1야당 대표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야권지지자들은 새정치연합이 아닌 다른 정당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세력은 정동영 전 의장이 합류한 국민모임이다. 하지만 그 역시 대안은 아닌 것 같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대표가 취임 후 첫 방문한 국립현충원에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것도 긍정적인 평가가 더 많았다.
응답자 53.5%가 ‘참배에 공감한다’고 대답했으며,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4.9%에 그쳤다.
그런데 ‘진보정당’을 추구하는 국민모임은 이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성명을 내어놓았다. 국민의 뜻과 정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손학규 전 대표를 눈 여겨 보고 있는 것이다.
손 전 대표라면 안철수 김한길 조경태 의원과 김부겸 김영춘 전 의원 등 중도성향의 차기 대권 드림팀을 하나의 용광로에 넣어 융화시킬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즉 새정치연합의 대안은 정동영 전 의장이 이끄는 진보성향의 ‘국민모임’이 아니라 손 전 대표가 중심이 된 중도성향의 ‘제3신당’이 될 것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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