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뜨면, 朴은 죽고 安은 산다
고하승
| 2015-02-13 15:39:01
새정치민주연합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어느 모임에서 지인들과 대화를 나눈 일이 있다.
당시 그 자리에는 박지원 의원의 승리를 예견하는 사람도 있었다. 박 의원이 대의원과 당원표심에서 앞서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럼에도 필자는 “문재인이 이긴다”고 단언했다.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여론조사에선 박지원 의원이 크게 밀리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문(文, 문재인)이 당 대표가 되면,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울 것이고, 컨벤션 효과로 인해 그의 지지율은 순식간에 폭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반면 문과 같이 이념상 좌측에 서 있는 박(朴, 박원순)은 죽고, 상대적으로 그의 우측에 서있는 안(安, 안철수)도 덩달아 뜨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새정치연합의 정당지지율은 컨벤션효과로 인해 당분간은 상승하겠지만, 머지않아 문에게 집중된 관심이 부작용을 일으켜 되레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더욱 하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반작용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세로 돌아서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당시 그 자리에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말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그다지 어려운 분석은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대로 문 대표는 경선에서 승리하자마자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실제 그는 취임 일성으로 박근혜정부와 사실상의 전면전을 선포했는가하면, 지난 1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선거법 유죄 판결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에서 터진 일이지만 박근혜 대통령도 이 문제에 대해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연일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런 모습이 진보성향의 ‘집토끼’에게는 상당한 만족감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그래서 ‘집토끼’들이 문 대표에게 결집하고, 그로 인해 그의 지지율이 껑충 뛰어 오르게 되는 것이다.
반면 문 대표와 함께 이념상 좌측에 서서 그와 대권경쟁을 벌이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대신 문 대표의 강경한 모습에 불안을 느낀 중도성향의 ‘산토끼’들은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공동대표 쪽으로 기울 것이고, 그의 지지율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이 이번달 둘째 주(10~12일까지 3일간)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자. 문재인 대표는 작년 8월부터 12월까지 박원순 서울시장에 이어 ‘만년 2위’에 머물렀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선 무려 25%로 앞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반면 문 대표와 선두경쟁을 벌이던 박 시장의 지지율은 추락했고, 존재감마저 찾기 어려웠던 안철수 전 공동대표 지지율은 상승했다. 실제 박시장과 안철수는 나란히 11%의 지지를 받아 ‘공동2위’를 기록했다. 이 조사는 지난 10~12일(3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다.
그러면 정당 지지율은 어떤가. 전대 직후엔 컨벤션 효과로 인해 새정치연합 지지율도 상승했으나, 벌써 그 효과도 수명을 다한 듯싶다.
리얼미터가 지난 11일과 12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를 실시한 결과를 보자.
새정치연합 정당 지지율은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했다. 지난 10일 33.2%였던 새정치연합의 정당 지지율은 12일 31.8%로 1.4%포인트 떨어졌고, 대신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35.9%에서 37.3%로 새정치연합이 하락한 만큼 올랐다.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데 불편함을 느낀 산토끼들이 뛰쳐나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문 대표의 그런 행보가 보수진영의 집토끼들로 하여금 재결집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실제 한국갤럽 조사결과 이달 둘째 주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 긍정 평가는 3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주 29%를 기록한 것보다 1%포인트 상승한 수치이며, 1월 첫째 주 이후 계속해서 하락했던 지지율이 6주 만에 상승한 것이다.
아직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이 같은 변화가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지금 문 대표가 대통령과 대립각을 형성하면서 뜨는 게 과연 야권 전체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