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4.29 재보선 관악乙 출마할까?

고하승

| 2015-03-19 13:42:01

편집국장 고하승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시민일보를 비롯한 각 언론은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선임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출마설을 끊임없이 제기해왔다. 이번 재보선은 전국 4곳에서 실시되는 데 그 가운데서도 특히 서울 관악을이 강력한 출마예상지역으로 꼽혔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정작 당사자인 정 전 장관은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출마할 생각이 없다”며 출마가능성을 일축해 왔다.

그러면 ‘정동영 관악을 출마설’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김세균 국민모임 신당추진위원회 공동추진위원장이 19일 정 전 장관에게 출마를 간곡하게 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 “이번 보궐선거가 가지고 있는 중차대성에 비추어서 정동영 인재영입위원장이 관악 을의 국민모임 후보로 출마하기를 강력하게 종용하고 있다”며 “본인이 계속 고사하고 있음에도 이분이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관악을은 우리가 승리해야 하는 곳”이라며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찾다 보니까 최종적으로 정동영 위원장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부연대회의에서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동영 전 장관에게는 굉장히 가혹한 주문이라고 생각이 든다”면서도 “정동영 전 장관이 이번 기회에 관악을에 출마해 주는 것이 오히려 밀알의 역할을 하는 거라고 파악을 하기 때문에 그와 같이 요청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김 위원장 개인적인 견해가 아니라 내부 연대회의를 통해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라면 정 전 장관도 끝까지 국민모임의 요청을 ‘모르쇠’로 일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사실 정동영 전 장관의 이 지역 출마설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8년 총선 당시에도 출마설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관악을 불출마를 선언한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정 전 장관의 출마설에 대해 “부적절하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고, 결국 정 전 장관은 관악을 출마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국민모임 공동 위원장은 물론 연대회의에서조차 그의 출마를 강력하게 권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그가 국민모임 후보로 출마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출마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정 전 장관은 그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승리에 대한 확신이 부족함 때문일 것이다.

지금 관악을에는 이미 공식적으로 출마의사를 밝혔거나 각 정당으로 공천장을 받은 후보들이 즐비해 있는 상태다. 새누리당은 오신환 당협위원장을, 새정치민주연합은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을, 정의당은 이동영 정책위 부의장을 각각 후보로 확정했다.

여기에 옛 통합진보당 이상규 전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노동당 나성채 대표도 출사표를 던졌다. 국민모임이 후보를 내지 않더라도 이미 야권표의 분산이 불가피한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리 정 전 장관이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졌다고 해도 쉽지 않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게 나왔다.

시민일보가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5일와 16일 양일간 관악을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모임 신당 창당 시, 정당지지도는 새누리당 34.8%, 새정치민주연합 34.3%, 국민모임 11.1%, 정의당 3.8%, 기타정당 3.6% 순이었고, 무당층은 12.4%다. 국민모임의 정당 지지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정동영 전 장관이 국민모임 후보로 나서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여야 후보 경쟁력(적합도)는 새누리당 오신환 33.5%, 새정치 정태호 31.2%, 국민모임 정동영 18.2%, 무소속 이상규 3.8%, 정의당 이동영 3.0%로 조사됐으며, 잘모름은 10.3%였다.

이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 ±3.1p다. 1위 오신환 후보와 2위 정태호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반면, 정 전 장관은 그들과의 격차가 너무 크다.

물론 정의당 이동영 후보나 노동당 나성채 대표, 무소속 이상규 전 의원 등과 연대해 정 전 장관이 ‘비(非)새정치연합 단일후보’로 나설 경우에는 시너지 효과 등으로 인해 오신환-정태호 등과 함께 3파전을 벌이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정 전 장관에게는 정치생명이 달린 모험의 길이다. 국민모임의 미래가 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에서 굳이 그런 모험을 선택할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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