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우클릭’ vs. ‘중도신당’
고하승
| 2015-03-29 15:38:54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8 전당대회 직후부터 '중원 장악' 전략에 따라 경제와 안보 분야에 역점을 기울이는 등 사실상 ‘우클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전략이 지금까지는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티가 지난 16~20일 전국 성인 250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문재인 대표가 24.9%를 기록했다. 2위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11.8%)나 3위인 같은 당 박원순 서울시장(11.5%)의 지지율을 합친 것보다도 높은 수치다.
문 대표가 여야 차기대권주자 선두로 올라선 지 벌써 11주나 됐다. 지난 2.8 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거기다 중도 정당 이미지를 강화해서 산토끼를 잡으려는 전략도 한몫을 했다.
그동안 새정치연합 비노 진영에서는 문 대표가 당권을 거머쥐게 되면 ‘좌클릭’으로 인해 당이 민심과 멀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따라서 손학규 안철수 김한길 김부겸 김영춘 박영선 조경태 박주선 김영환 등 중도성향의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중도신당’을 만들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대표취임이후의 문 대표의 행보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조금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어도 ‘우클릭’이라는 방향성만큼은 확실하게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중도신당’ 대신 29일 당창발기인 대회를 연 ‘국민모임’ 쪽으로 촛대가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문 대표가 지금과 같은 스탠스를 계속 유지해 나간다면 중도신당 창당은 어렵게 될 것이다. 대신 새정치연합보다 ‘좌클릭’한 정당인 국민모임 쪽으로 기회가 넘어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친노계의 특성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그 가능성을 그리 높게 보지 않는다. 지금은 비록 4.29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강경한 발톱을 숨기고 있지만 선거 이후 그들의 본색을 드러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시작점은 어쩌면 호남이 될지도 모른다.
한국갤럽이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전국 성인 1003명을 상대로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표본을 무작위 추출해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호남에서의 지지율은 가히 충격적이다.
실제 3월 한 달 광주와 전남·북에서 새정치연합 정당 지지율은 45%대로 ‘뚝’ 떨어졌다. 1년 전인 지난해 3월 55%보다 무려 10%P나 하락한 수치다.
물론 전국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 41%, 새정치연합 28%, 정의당 5%, ‘지지 정당이 없다’ 27%로, 전국 지지율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치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1년 새 텃밭인 호남에서 무려 10%포인트나 빠졌다면 이는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응답률은 16%다.
그 불안한 조짐이 이번에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실시되는 광주 서구을에서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광주 서을 보선은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이 무소속으로 출전, 새정치연합의 텃밭을 흔들고 있다. 천 후보는 혈혈단신으로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광주에서부터 일당 독점 구도를 타파해 야권을 재구성해야 한다'며 호남 정치개혁을 슬로건으로 지역민들의 표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지난 22일 문재인 당 대표 등 지도부가 광주에 총 출동해 조영택 후보를 지원하는 등 총력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제1야당 후보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소리가 나왔던 예전의 호남민심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만일 천 후보가 야권의 심장부인 이 곳에서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를 누르고 '무소속' 깃발을 꼽을 경우 텃밭을 내준 문재인 대표 체제는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다.
문재인 책임론을 거론하며 대표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일시에 터져 나올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그를 추종하는 호위무사격인 친노계의 저항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선거 패배에 따른 내분이 극심해질 것이란 뜻이다. 결국 공멸의 위기를 느끼는 중도성향의 인사들의 이탈이 잇따를 것이고, 그들이 새로운 제3 세력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어쩌면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 27% 가운데 상당수가 그런 정당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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