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업자 등친 보이스피싱 일당 덜미

고수현

smkh86@siminilbo.co.kr | 2015-03-31 17:43:58

"고철 싸게 판다" 속여 40억 가로챈 10명 구속·35명 불구속

[시민일보=고수현 기자]영세 사업자를 상대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친 일당 수십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영세 사업자들에게 고철을 싸게 판다고 속여 수십억을 뜯어낸 한국 보이스피싱 인출 총책 전 모씨(26·여)와 인출책 김 모씨(31)를 포함한 10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또 엄 모씨(28) 등 35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인출책 이 모씨(41) 등 11명을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 등은 지난해 10월20일부터 지난달 11일까지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1500만원에서 5000만원을 챙기는 등 300여명으로 부터 가로챈 40억원 상당을 인출, 필리핀 총책에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고철을 싼 값에 판다고 속인 다음 화물차 기사인 척 전화해 '물건을 실었으니 바로 입금을 하라'는 식으로 돈을 가로챘다.

이 과정에서 고철을 사겠다며 판매자에게 사업자등록증과 세금계산서 등을 팩스로 받은 뒤 다른 구매자에게 판매자로 행세 판매대금을 챙기는 수법을 사용했다.

조사결과 전씨는 필리핀 총책 민씨로부터 '보이스피싱으로 입금된 돈을 인출해주면 인출금액의 5~10%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전씨는 민씨로부터 2억3000만원 상당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민씨의 지시에 따라 매일 오전 9시에 지하철 1호선을 기준으로 인천과 부평, 부천, 영등포, 종로 등 은행이 집중돼 있는 곳으로 출근했다.

역 인근 모텔방에 대기하면서 소액 인출은 교대로, 액수가 많을 경우에는 함께 가서 1명이 인출하는 동안 나머지 1명은 망을 보는 수법을 썼다.

또다른 인출책 김씨는 ATM기와 CCTV 등을 관리하는 은행 상주 직원이면서 보이스피싱 인출책으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씨는 자신의 아버지도 범행에 끌어들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전씨 등은 하루 이체한도가 부족해지자 엄씨에게 현금 4900만원을 은행에서 직접 뽑아 김씨에게 전달하게 하고 대가로 50만원을 주기도 했다.

경찰은 필리핀에 있는 총책을 추적하는 등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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