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전패 시나리오’ 우려

서울 관악을-광주 서을, 동교동계도 등 돌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5-04-02 17:56:02

[시민일보=이영란 기자]4.29 재보궐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새정치민주연합의 '전패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텃밭으로 믿고 있던 광주서구을과 관악을 지역에 천정배. 정동영 전 장관이 다른 배를 타고 출마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현재 4.29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은 서울 관악을, 성남 중원, 인천 서구강화을, 광주 서구을 등 4곳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2일 “성남 중원과 인천 서구강화을은 새누리당 강세 지역으로 현재 우리당 후보들이 고전 중인 상황”이라며 “당내에 광주 서구을과 서울 관악을 선거마저도 안방을 내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새정치연합은 관악을에 국민모임 후보로 나선 정동영 후보와 광주 서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천정배 후보를 집중 공략하는 모양새다.

관악을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는 전날 정동영 후보를 겨냥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만든 주역이 정동영"이라며 "소위 말하는 우리 당내 갈등의 출발이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그런 면에서 (야권 재편은) 명분이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문재인 대표도 같은 날 방문한 광주에서 정동영 후보의 야권교체 슬로건과 관련 "그쯤 되면 조금 정치가 허무해진다"며 "누구를 위한 야권 재편인지 묻고 싶다"고 날을 세웠다.

양승조 사무총장도 “정동영 출마는 명분 없는 출마”라며 “중차대한 선거를 앞두고 당원들에게 상처를 주고 나갔다. 도의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도 "당의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분이 야권 분열에 앞장서고 나선 점은 우리 국민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개탄스러운 처사"라며 "정동영 후보의 출마는 어렵게 살려가고 있는 정권 교체의 불씨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동영 후보는 새정치연합을 '새누리당 2중대'로 규정하고 야당심판론을 본격 제기하며 호남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새정치연합 일각에선 정태호 후보의 지원요청에 난색을 표명하는 김희철 전 의원이 정동영 후보 편에 서게 되지나 않을까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실제 정 후보는 관악 호남향우회로 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 당 원로들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답변만 받았다는 것이다.

거기에 동교동계가 새정치연합 후보에 대한 '지원 반대' 결정한 것도 난관이다.

문 대표 측 핵심 인사가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에게 서울 관악을의 선대위 고문을 맡아줄 것을 제안했지만, 권 고문은 동교동계 60여명이 만장일치로 '지원 반대’를 결의한 점을 거론하면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문 대표와 가까운 김원기 임채정 전 국회의장, 한명숙 전 총리는 권 고문과 긴급 오찬 회동을 가졌지만, 권 고문을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동영 후보는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오찬 도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훌륭한 대통령이었으나 세상을 바꾸진 못했고, 거기에 대해 반성문이 필요하다", "참여정부 때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등 참여정부 실정론을 집중 제기하고 나서는 것으로 친노계에 사실상 전면전을 선언했다.

광주 서구을도 심상치 않다.

문 대표는 전날 광주 서구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갖고 4·29 재보궐 선거와 관련해 "우리가 맞설 대상은 상대 후보가 아니라 우리 당의 낡은 과거다. 우리 당이 젖어 있던 낡은 정당문화와 낡은 정치"라고 지적했다.

특히 "여의도 낡은 정치에서 벗어나 광주 시민 속에서 광주 시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혁신"이라면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특별법과 나주 혁신도시를 성공시켰듯 광주형 사회통합 일자리도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다. 이 과정 속에서 광주·전남의 인재를 발굴하고 키우는 정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의 낡은 과거’는 사실상 광주 서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천정배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고위원들도 ‘천정배 때리기’에 가세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명분 없는 정치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고, 오영식 최고위원은 “호남정치의 복원이냐, 개인정치의 복원이냐”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천 후보는 “만약 제가 나오지 않았다면 광주 보궐선거는 당에서 관심도 안 가졌을 것”이라며 자신의 출마는 야권 분열이 아니라 ‘야권 혁신’이라고 반박했다.

전날에는 천 후보 측 설성현 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잇따라 패하면서 수권세력으로서의 희망을 잃어가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당의 낡은 과거는 바로 문재인 대표 자신"이라고 비난했다.

당초 권노갑 고문이 오는 7일께 광주로 내려가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 지원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이를 철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