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4.29 재보선 패배 후폭풍
문재인 “사퇴 없다”에 호남-非盧 ‘부글부글’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5-05-01 09:50:11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4`29 재보선에서 '전패'(全敗)를 당한 새정치민주연합이 후폭풍에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야권 대선주자로서는 물론 당 대표로서 치명상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당내 일각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들이 연루된 '성완종 게이트'가 터지고 '세월호 1주기'(4월 16일)가 겹친 호재에도 불구하고 1석도 건지지 못한 책임을 들어 문재인 대표의 사퇴 요구까지 제기되는 마당이다.
하지만 문대표는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 대표는 지난 30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박근혜 정권의 경제 및 인사 실패, 부정부패에 대해 분노하는 민심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해 송구스럽다. 제가 부족했다”고 고개를 숙이면서도 “누구를 탓할 것 없이 부족함을 깊이 성찰하고 절체절명의 각오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거 결과에 굴하지 않고 길게 보면서 더 크게 계획하고 통합하겠다”고 당 대표로서 향후 계획까지 제시했다.
특히 문 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는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에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다”며 “불법 정치자금과 경선 및 대선자금과 관련한 부정부패나 세월호 진상규명을 가로막으려 한다면 우리 당은 야당답게 더욱 강력하고 단호히 맞서 싸우겠다”고 되레 대여 강경투쟁방침을 천명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문 대표의 발언에 당내가 들썩이자 새정치연합은 같은 날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수습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문 대표는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당을 살려내는 게 진정한 책임"이라고 말해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새정치연합의 수도권 중진의원은 1일 “우리당은 당초 이번 선거를 ‘국민의 지갑을 지키는 선거’로 규정하고 경제정당의 모습을 내세웠지만 ‘성완종 리스트’가 나오면서 또다시 정권 심판론을 들이밀었다”며 “진영 논리에 갇혀버리면서 일반 유권자들이 선거에 등을 돌리고 조직력에서 앞선 여당이 승리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대여강경투쟁으로 당이 망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비노계 재선 의원도 “새정치연합은 최근 네 번의 선거에서 정권 심판론을 내세웠지만 모두 패했다. 2012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심판론,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명박근혜 심판론’, 지난해 7䞚재·보선에서는 ‘세월호 심판론’, 4䞙재·보선에서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계기로 ‘부패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지지를 호소했지만 역효과만 냈다”며 “친노 지도부가 지난 선거 패배를 교훈으로 삼지 못하고 계속 이런 식으로 나가면 내년 총선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의 체질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낙연 전남지사는 “지금처럼 야권이 사분오열돼서는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며 “야권 전체 틀이 다시 짜이지 않으면 야당의 미래가 없을 뿐 아니라 정권 교체도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당 주도권 확보 등 재기를 위한 동교동계의 암중 모색이 사실상 시작됐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5월 초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구체적 일정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권노갑 상임고문의 재보선 후보 지원 반대" 만장일치 결의를 이끈 동교동계 행동 대장으로 꼽히는 이훈평 전 의원은 문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것에 대해 “김한길이는 한 군데 져가지고 대표를 사퇴했는데 이 사람(문재인)은 전패 당한 거 아녀. 이거는 오래가지 못해. 5월 연휴 끝나고 나면 타 오를거야”라고 말했다.
이어 “재보선 패배 과정도 문제지만 사과와 반성이 없는 문재인 대표의 기자회견은 친노 중심의 야권은 정치적 미래가 없다는 걸 확인시켰다”며 “당을 깨라는 것이 호남 사람들의 특명”이라는 말까지 했다.
광주 동구에 지역구를 둔 박주선 의원도 1일 한 방송에 출연, 이번 재보선 결과에 대해 “새로운 전당대회를 거쳐서 80일이 지났지만 전혀 당이 바뀐 것이 없고, 민생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민생을 외면하고, 국민의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소리와 반대로 하는 정당, 기득권에 집착하고, 계파에 연연하는 정당, 더는 희망이 없고 기대할 측면이 없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표가 계속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로 있다면, 호남, 광주 쪽의 민심이 돌아오기는 굉장히 요원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문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책임을 지겠지만, 오히려 더 강성으로 가나겠다. 이게 책임지는 모습'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에 대해 “언어유희”라며 “당을 바꾸는 첫걸음은 이번 선거의 총 지도부가 사퇴를 해야 한다. 지도부가 당의 간판이고 얼굴”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렇게 가다가는 신당 바람을 차단하지 못하고, 당이 갈기갈기 찢어질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며 “지금 호남에 있는 국회의원들만 그런 것이 아니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해서 새정치민주연합 내의 모든 의원들이 침묵을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걱정과 우려를 넘어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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