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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태순
1948년 5월 10일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의미 있는 한 획을 그은 날이다. 그것은 바로 국민이 처음으로 선거를 통해 자신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선출한 날이기 때문이다. 보통·평등·직접·비밀투표의 원칙에 따라 치러진 선거는 국민의 높은 기대와 관심 속에 95.5%라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날 선출된 198명의 국회의원은 제헌국회를 구성하여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자유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헌법을 제정·공포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동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다. 이처럼 1948년 5월 10일은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로 태동하는 첫 걸음을 뗀 날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민주주의 원리에 의한 최초의 선거가 치러진 날을 기리고 국민주권의 실현과정인 선거와 투표참여의 중요성과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매년 5월 10일을 ‘유권자의 날’로 제정하여 기념하게 되었고, 올해로 제4회 유권자의 날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최초의 선거가 실시된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나라의 선거 환경은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1991년 구·시·군의회의원선거를 시작으로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되어 지방자치제도가 부활되었다. 또한 비례대표의원 선출 시 보다 정확한 유권자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1인 2표제를 시행하게 되었고, 교육의 자주성 및 전문성을 살리기 위한 교육자치제도의 실시를 위해 교육감직선제가 도입되었다. 임기만료에 의한 선거 및 재·보궐선거 등 공직선거 이외에도 조합장선거, 아파트주민대표자선거 등 국민들은 다양한 선거의 유권자가 되어 선거권을 행사하게 되었다. 대통령선거, 국민투표와 같은 국가적 중대사부터 내 고장, 우리 마을의 문제해결까지 크고 작은 생활영역에서 투표를 통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광범위한 선거영역의 확대와는 대조적으로 최근 공직선거에서의 투표율은 점차 하락하는 추세에 직면했다. 작년에 실시한 제6회 지방선거는 56.8%의 투표율을 기록했고, 2012년 실시한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는 75.8%, 제19대 국회의원선거의 투표율은 54.2%에 불과했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공약을 제시한 후보자 중에서 투표를 통해 자신의 대리자를 선출함과 동시에 정책 선호를 알리는 중요한 권리이자 의사표현수단이다. 이 권리를 포기하는 유권자가 많아질수록 선출된 공직자의 대표성은 낮아지고, 의사소통 단절에 의해 소수만 원하는 정책이 집행되어 사회적 불만을 초래할 수 있다. 반대로 대다수 국민이 주도적으로 투표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출할 때, 다수 유권자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된 대표자와 정책은 큰 민주적 정당성을 갖게 되어 정책저항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 결국 선거 참여에 의한 소통이 이루어질 때 국민의 정치 통제력이 강화되고 사회적 효용이 증가하는 것이다.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이 ‘국민이 주권을 가진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하고 있다. 주권자로서 국민의 힘은 선거와 투표에 참여함을 통해 발휘할 수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그동안 선상투표, 사전투표, 재외선거제도 등을 도입하여 국민의 참정권 행사의 저변을 넓혀왔다. 특히 사전투표의 도입은 실질적인 선거일을 3일로 연장하는 동시에 유권자라면 누구나 어느 투표소에서나 투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이러한 제도적 지원에 더하여 투표를 통해 참정권을 행사하는 국민의 참여가 뒷받침 될 때 성숙한 시민의식이 발현되고 국민주권주의가 공고화될 것이다. 이번 유권자의 날을 통해 선거와 투표참여에 대한 중요성과 의미를 되새겨서 내년 4월에 실시하는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한 분도 빠짐없이 투표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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