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vs. 손학규
고하승
| 2015-05-07 15:36:29
요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손학규 전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을 비교하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 둘의 정치행보는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은 지난 해 7.30 재보선 당시 당 지도부의 간곡한 요청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새누리당 텃밭’에 나섰다가 패하자 “내 책임”이라면서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지금은 전남 강진의 다산초당 인근 백련사 뒷산 토굴에 둥지를 틀고 조용히 자연을 벗 삼아 살고 있다.
반면 문재인 대표는 도저히 질래야 질 수 없는 4.29 재보선에서 '전패'(全敗)를 당한 이후에도 반성하며 고개 숙이기보다는 되레 목소리를 더욱 키우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책임론’에 대해선 “길게 보면서 더 크게 개혁하고 더 크게 통합하겠다. 더 강하고 더 유능한 정당으로 혁신해서 국민의 바람을 지키겠다”는 말로 일축하고 말았다.
그리고 문 대표는 지금 청와대와 여당을 향한 공세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마도 4.29재보선 참패에 따른 ‘문재인 책임론’을 잠재우기 위한 승부수일 것이다. 하지만 문 대표의 '강경 드라이브'로 인해 4월국회는 결국 ‘빈손 국회’, ‘허송 국회’라는 비난을 받게 됐다.
실제 문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에서 비난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것은 사회적 대타협의 핵심 중 핵심”이라며 ‘명목소득대체율 50%로 인상’을 개혁안에 담아야 한다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또 세월호 시행령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것에 대해서도 비공개 의총에서 “야당이, 민주주의가, 국회가 무시당한 상황”이라며 강경입장을 보였는가하면, 전날 밤 비상 최고위원회에선 투쟁을 위한 의원 비상 대기 체제를 유지하도록 했다. 사실상 ‘박근혜 정부와의 전면전’을 선언한 셈이다.
과연 이런 선택이 문 대표에게 득이 될 수 있을까?
물론 강경한 대여전선이 형성됨에 따라 당내에 잠복해 있던 ‘문재인 책임론’을 더 이상 꺼내기 어렵게 됐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대표직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따른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야당이 패배한 원인 역시 지나친 ‘좌큭릭’때문이었다는 평가보고서가 나온 바 있다. 결국 문 대표의 선택이 자신의 대표직 유지에는 도움이 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당의 입장에서 보자면 ‘최악’인 셈이다.
당내 비노-중도 세력 모임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황주홍 의원도 “다수 국민의 여론보다 저희가 더 강경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무슨 일만 터지면 모든 걸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직공, 직접 공격하는 것, 이것이 우리는 속 시원하고 열렬한 우리 지지층에게는 카타르시스를 주고 만족감을 드릴지 모르지만 결국에 선거는 다수 국민들을 얼마나 더 설득하고 지지를 확보하느냐의 문제인데 다수 국민들은 그런 것에 대해서 별로 호응하지 않고 그런 것에 대해서 오히려 염증을 느낀다”고 지적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 문재인 대표 때문에 손학규 전 고문에 대한 국민의 그리움이 더욱 커져 가고 있다.
우선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7.30재보궐선거 낙선자 중 가장 아쉬운 인물로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압도적으로 꼽혔는가하면,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그가 이달초 서울 종로구 구기동의 한 빌라에 전세를 얻어 이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지자 곧 화제가 됐다. 가끔 경조사 등 볼 일을 보러 올라오면 머물 곳이 필요한데다 책 등 짐이 많아 별도의 공간이 필요해 이사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각 언론이 이런 사실을 일제히 보도했다. 손 전 고문이 지난달 25일 측근들의 결혼식 참석차 서울을 찾았을 때도 각 언론이 이 사실을 대서특필한 바 있다.
그의 움직임은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는 문재인 대표에 실망한 야당 지지자들이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를 간절히 염원하는 뜻이 담겨 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는 손사래다. 현실정치는 완전히 떠났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그는 '서울에 종종 올 것이냐'는 어느 기자의 질문에 "뭐 나올 일이 있나"라며 "나야 뭐 자연과 같이 살고 있다. 바깥소식은 모른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런 것을 보면 아무래도 그가 당분간 강진 흙집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국민의 바람이 뜨겁다면, 그도 마음을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에게 약속하신 ‘저녁이 있는 삶’을 혼자 즐기셔야 되느냐”는 국민들의 항변(?)이 그의 마음을 움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너무 순진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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