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先黨後私’란 이런 건가
고하승
| 2015-05-11 14:31:16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1일 ‘선당후사(先黨後私)’를 강조하면서 사퇴 의사를 밝힌 주승용 최고위원의 복귀를 압박했다.
주 최고위원은 지난 8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 발언’에 대한 응답으로 즉각 사퇴를 선언한 뒤 지역구인 여수에 칩거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는 권리가 아닌 의무”라며 주 최고위원의 복귀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문 대표는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당을 먼저 생각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얼핏 들으면 맞는 말 같지만, 아무래도 여기에는 어떤 복선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우선 “최고위는 권리가 아닌 의무”라고 강조한 대목이 그렇다.
지금 당 안팎에서는 4.29 재보궐선거 참패에 따른 ‘문재인 책임론’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이날 당내 비노계 인사들이 각 방송에 출연, 문재인 대표의 무책임한 모습을 성토하고 나섰다.
박주선 의원은 “문재인 대표의 책임지는 사퇴가 새정치연합의 살 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조경태 의원도 문재인 대표에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고 촉구했다. 정대철 상임고문의 경우는 친노 일각에서 문 대표 사퇴이후 대안부재론을 들고 나오는 데 대해 “대안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문 대표가 재보선 완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 대표는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 발언' 논란으로 불거진 주승용 최고위원의 사퇴 파동 등 지도부 내홍과 관련해선 사과하면서도 정작 ‘대표 책임론’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면서 “최고위는 권리가 아닌 의무”라며 주 최고위원의 복귀를 압박했으니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것이다.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그것도 문 대표의 개인의 생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친노계의 공통된 생각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같은 날 친노 노영민 의원이 한 방송에 출연해 한 발언과 문 대표의 발언이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실제 노 의원은 주 최고위원을 겨냥, "국민과 당원에 의해 선출된 최고위원이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권리가 아니고 의무"라며 "자신이 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가지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자해행위"라고 꼬집었다. 마치 두 사람이 약속이나 한 듯 “권리가 아닌 의무”라고 입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주 최고위원의 복귀가 ‘선당후사’라는 문 대표의 말에도 필경 그런 복선이 깔려 있을 것이다.
즉 대안이 부재한 상황에서 자신이 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고 버티는 것이 ‘선당후사’라는 점을 에둘러 표현했을 것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새정치연합 정당 지지율은 20%대에 불과하다. 반면 새누리당 지지율은 40%대를 돌파했다.
리얼미터가 지난 4일부터 8일까지(5일 제외) 4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2%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새누리당은 1주일 전 대비 3.4%p 상승한 41.3%인 반면 새정치연합은 3.8%p 하락한 27.0%를 기록했다. 양당의 격차는 14.3%p다. 정의당은 0.4%p 상승한 4.5%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6∼7일 이틀간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8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4%포인트, 응답률 16%)한 결과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새누리당 지지도는 41%, 새정치민주연합은 24%로 집계됐다.
문재인 대표 체제 하에서 제 1야당의 정당 지지율이 집권당의 절반 수준을 겨우 넘는 정도로 점차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문제는 이런 상태가 지속 될 경우 내년 총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즉 국민으로부터 이미 심판받은 문재인 대표체제 하에서 총선을 치르면 새정치연합은 ‘필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문 대표가 당 대표직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과연 ‘선당후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이에 대해 문 대표는 답변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솔직하게 ‘내가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선 당이 희생할 수밖에 없다’고 고백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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