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지킬 수 없는 전세금

남충완

| 2015-05-26 15:54:45


인천삼산경찰서 수사과 경제2팀

과거에 전세금을 지키는 방법은 좋은 집주인을 만나거나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해야 했다.

하지만 전세권 좋은 집주인을 만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고, 설정 등기는 집주인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 제도로 집주인들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동의를 하지 않으면 약자인 임차인 입장에서는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할 수 없는 일이 많았으며, 이로 인하여 임차인들이 전세 보증금을 날리는 일이 많았다.

이런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고 경제적 을의 위치인 임차인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 바로 확정일차 임차권이다.

쉽게 말해 확정일차 임차권은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 없이 일정한 요건만 갖추어진다면 나의 전세금을 지킬 수 있는 제도이니, 앞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세대들 뿐만 아니라 현재 경제활동을 하는 분들도 핵심적인 부분을 숙지하면 내 재산을 지키는데,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전세권 설정 등기가 확정일차 임차권보다 우선하고 더 강력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틀린 생각이다. 물론 전세권 설정 등기는 나름의 장점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만 복잡한 절차와 설정을 위한 많은 비용소요를 생각한다면 확정일자 임차권도 전세권 설정 등기 못지 않게 효율적인 제도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확정일자의 효력은 무엇인지 한번 알아보자, 임차인이 임차한 주택이 잡혀있던 근저당권으로 인하여 경매로 넘어가는 일은 우리 주위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깡통전세”라고 부르는 것인데,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금을 한 번에 날릴 수도 있는 일이다.

확정일자를 받으면 만약 임차한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확정일자보다 늦은 후순위 권리자들보다도 우선해 전세보증금을 변제받게 되는 권리를 갖을 수 있음을 말한다.

다시 한번 쉽게 설명하자면 2가지의 큰 힘을 가지게 되는데, 첫 번째가 대항력이고, 두 번째가 우선변제권이다.

대항력이란 임대차계약을 후순위권리자가 부인할 때 이를 법적으로 무효화시킬 수 있는 힘을 말하며, 우선변제권이란 그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가등기, 가압류, 근저당 등 선순위의 권리가 없다면 우선하여 배당을 받아 전세보증금을 보전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하지만 확정일자를 받을 때에는 몇 가지 요건을 충족하여야 법적인 효력이 발생해 이런 권리들을 행사할 수 있다. 먼저 임차인은 임대한 주택에 입주를 해야 한다.

그리고 전입신고도 해야 하며, 확정일자는 전입신고를 하면서 확정일자를 함께 받으면 된다. 임대한 주택을 관할하는 주민자치센터(동사무소)를 신분증을 가지고 방문하면 약간의 수수료만으로 적게는 몇 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단위가 넘어가는 내 전세금을 지킬 수 있는 강력한 방패를 하나 가지게 되는 것이니, 상당히 효율적인 제도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확정일자를 받을 때에 내가 임차하는 주택에 나보다 우선한 가압류나 가등기가 있는지 다시 한번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고 너무 과도한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는 주택은 일단 의심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아무리 강력한 방패라고 할지라도 방패만 너무 맹신하다보면 주위를 살피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확정일자 또한 다른 제도와 마찬가지로 몇 가지의 문제점이 존재하는데, 이런 점들도 충분히 숙지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먼저 확정일자와 전입신고는 그 절차를 마치고 바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닌 그 다음날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하루차이가 얼마나 크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확정일자는 채권이고 은행대출에 따른 근저당권은 물권으로 물권은 설정 당일부터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내가 받은 확정일자가 후순위로 밀릴 수도 있으며, 실제로 이런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들도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 주의가 요망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런 편한 확정일자 임차권이 있는데 왜 굳이 전세권설정을 사람들이 하려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 이유는 전세권설정등기가 꼭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명의가 아닌 법인 명의로 임차계약을 할 때이다. 법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확정일자 임차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그리고 전입신고가 되지 않는 기타 건물을 임차하는 경우에도 전세권 설정등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임차인의 사정상 입주를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확정일자만 받아도 효력이 발생하지 않으니 전세권 설정등기를 하는 것이 맞다고 하겠다. 그리고 확정일자 임차권에서 가장 유의해야하는 것이 만약 만기 전에 이사를 가거나 다른 곳으로 주소지를 옮긴다면 전입확정의 지위가 모두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세계약 만기 무렵에 먼저 이사를 가거나 전입을 해버려 전세금을 모두 날린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전세계약이 마감되어 전세금을 모두 반환받을 때까지 신중하고 또 신중해도 부조함이 없을 것이다. 물론 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만 볼 수도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쉬운 소리를 하고 쉽지 않아서 발생된 문제는 고스란히 나와 나의 가족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생활에서 가장 좋은 사람은 아쉬운 소리나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 절차를 중시하고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여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강한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 지금은 전세금이 매매가의 80%에서 90%에 육박하는 전세대란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절대 적은 돈이 아니며 임차인이라고 해서 경제적 약자에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만큼 당당하게 요구할 것이 있으면 요구하고 수긍할 것이 있으면 수긍하는 것이 건전하고 건강한 전세계약 문화를 만드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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