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개정안 후폭풍 예고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5-06-01 15:44:11

野, 국가재정법-지방재정법 시행령까지 손질방침
與, 당청 갈등에 당내에서도 비판 목소리 쏟아져


[시민일보=이영란 기자]여야가 공무원연금개혁안을 합의 처리하리면서 끼워넣은 국회법 개정안 후폭풍이 거세다.

개정안 처리에 대해 청와대가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반발하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1일 국회법 개정안에 따라 현재 시행중인 국가재정법과 지방재정법안 시행령까지 모두 손질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나섰다.

국회법 개정안은 법안에 배치되는 행정부의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하면 행정기관은 지체 없이 처리하도록 돼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국가재정법과 지방재정법안을 언급하면서 "모두 법률의 내용과 취지를 벗어난 아주 완전히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지 않은 독자적인 입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개정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국회법의 개정안 취지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이었다는 지적에 대해 “그것은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규정을 가지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이라며 "과잉행정입법으로 문제제기되고 있는 행정부에게 행정입법 위임의 범위내로 시행령을 개정해달라는 요구를 당연히 해야 된다"고 일축했다.

사실상 현재 행정부의 시행령 모두를 개정 대상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은 "정치권에서 행정입법 내용을 입법부가 직접 심사하고 변경할 수 있도록 국회법을 개정한 것은 법원의 심사권과 행정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법률을 집행하기 위한 정부의 시행령을 국회가 좌지우지하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부의 고유권한인 시행령 개정권까지 제한하는 것으로 행정부의 기능을 사실상 마비 상태로 빠지게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법을 통과시킨 양 당사자인 여야가 개정된 국회법 조항에 강제성이 있다 없다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어 국민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면서 "강제성 유무에 대한 입장이 먼저 통일돼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정부가 국회의 시정 요구를 따르지 않아도 강제할 규정이 없다"는 입장인 반면, 새정치연합은 "정부가 반드시 따라야하는 의무조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탓이다.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도 한목소리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태흠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끼워넣기에 대해 우리 당의 유승민 원내대표가 협상과정 속에서 원칙까지 저버리면서 질질 끌려다니는 이런 결과물에 대해서 동의할 수 없다"며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김 의원은 "이 법이 통과되면 제 2의 국회선진화법"이라며 "벌써부터 이미 야당에서 이종걸 원내대표라든가 이런 사람들이 모법에 상충되는 시행령 실태를 상임위별로 조사하라면서, 전방위로 달려드는데 그런 빌미를 준 것"이라고 거듭 비난했다.

같은 김진태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개정안이 헌법이 정한 삼권분립 원칙에 반한다”면서 "국회는 법률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시행령은 정부가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행령) 개정을 권고할 순 있지만 강제할 순 없다"며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의원은 여야 합의가 없인 시행령 수정을 요구할 수 없으며, 시행령 개정을 권고할 수 있도록 했던 과거 법률과 큰 차이가 없다는 당 지도부의 설명에 "순진한 생각"이라며 "법을 고쳐 놓고 전과 차이가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야당은 오른손에는 국회선진화법, 왼손에는 시행령 수정권을 들고 있다"며 "왼손에 든거(시행령 수정) 잘 안 되면 여당이 원하는 법 안 해준다고 연계하면 방법 없다"고 한탄했다.

반면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개정안의 '정당성'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간 대야(野) 협상 결과를 두고 당내 일부로부터 비판을 받아온 유승민 원내대표가 이번 국회법 개정안 논란으로 또다시 사면초가 상황에 빠지자 적극적으로 이를 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는 "(5월 임시회)본회의 타결 직전에 청와대에서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통과 되지 못하는 한이 있어도 국회법 개정안을 받아줘서는 안된다는 메시지가 있었으나 의원총회 결과 (국회법 개정을)추진하는 것이 야당의 더한 요구를 막는 길이겠다는 생각에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우리가 어떤 현안을 추진하더라도 이를 처리해주는 대가로 야당이 뭔가 요구하면 그걸 전혀 거부하거나 배제하고 우리가 하고 싶은 국정과제만 실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여야 협상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처리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만큼 이를 위해서는 국회법 개정안 처리가 불가피 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국회법 개정안은 위헌 소지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새누리당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의 경우 현재도 여러 상임위에서 시행령에 대해 정부에 시정요구를 할 수 있고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우 80% 가량이 정부가 시정조치를 했다"며 "이렇게 해온 것을 법조문으로 좀 정리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또 '지체없이'라는 문구를 뺐기 때문에 시정요구 처리에 대한 시간적 제약은 정부입장에서 더욱 완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조 원내수석부대표는 최근 당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쟁점을 설명하며 '위헌 소지가 없음'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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