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끝' 안보이는 치킨게임… 디폴트 임박
뉴시스
| 2015-06-28 18:46:22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등 채권단과 협상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끝'이 안 보이는 치킨게임이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그리스와 채권단 간 협상 테이블에서 구제금융 종료 시한을 연장해 달라는 그리스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구제금융은 예정대로 6월30일 종료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단 그리스 의회는 채권단이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지원해주는 대가로 요구한 개혁안을 국민투표에 붙이기로 했다. 투표는 다음달 5일 치러진다.
다만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채권단이 요구하는 개혁안이 그리스에 대한 모독이라고 반발하며 국민들에게 7월5일 국민투표에서 국제금융안을 거부하라고 촉구하고 있어 지금 상황에서는 '반전'을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다.
30일 만료되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시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그리스는 채무 상환 기한을 넘기게 되고 금융체계는 붕괴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그리스는 오는 30일까지 IMF에 15억 유로를, 다음달 20일에는 ECB 부채 35억 유로를 각각 상환해야 하지만 자금 부족으로 인해 상환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구제금융 종료 시한까지 뚜렷한 돌파구가 안 생기면 운명의 날 '6월30일' 그리스는 어떻게 될까.
2012년 2월 합의된 그리스의 구제금융은 지난해 12월 이래 두 차례 시한 연장을 거쳐 오는 30일 예정대로 만기가 된다. 다시 한 번 시한 연장이나 새로운 협상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그리스는 유럽연합(EU), ECB, IMF와 같은 채권단에 남아 있는 자금에 대한 접근권을 잃게 된다. 외부로부터 더 이상 돈을 수혈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그리스 사태의 뒷처리는 채권단이 처리해야 할 의무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리스 은행들의 '출혈'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자금을 지원해준 ECB에는 그리스 사태가 더 '특별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그리스 은행들이 빚을 갚을 능력이 있고 충분한 담보물만 제공되면 긴급 유동성 지원을 계속 공급할 생각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ECB가 긴급유동성 지원을 좀 더 오래 유지하더라도 결국에는 그리스 은행들의 적합한 담보물이 고갈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중앙은행 정책위원이자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는 "그리스 은행들에게 돈을 공급하는 것은 EU의 규정 하에서 금지된 금융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감을 높이고 있다"고 반복해서 경고했다.
그리스에서 뱅크런이 가속화된다면 '곳간'이 언제 바닥이 드러날까도 관심이다.
채무 상환 스케줄만 놓고 보면 그리스는 올 여름 내내 빚 독촉을 받아야 한다. 6월에는 IMF에 15억 유로를 상환(30일)해야 하고, 7월에는 ECB에 35억 유로(20일)를 갚아야 한다. 8월에도 20일 또 다른 32억 유로를 ECB에 갚아야 한다.
만약 그리스가 이 중 하나라도 결제를 못한다면 ECB 내부에서는 그리스 은행의 생명 유지를 주장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결국 그리스 은행들은 돈줄을 잠그게 되고, 그리스 정부는 유출을 막기 위해 자본 통제를 도입해야 하는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디폴트 조짐이 감지된 지난해 12월부터 그리스에서는 300억 유로 이상의 예금이 빠져 나갔다. 특히 치프라스 총리의 국민투표 제안 발표 이후 그리스 전역에 있는 현금자동인출기에서는 6억 유로(약 7500억 원)가 인출된 것으로 전해진다.
뱅크런 사태가 가속화될 경우 그리스의 곳간이 바닥나는 건 시간 문제다.
그렇다면 유럽의 중견국이었던 그리스가 6월30일 이후에는 '고장'으로 회생이 아예 불가능하게 될까.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아마도 즉시 그렇게 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그리스가 자본을 통제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있는 방법은 어렵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그리스 정부는 지방 정부나 다른 국가 기관이 비축한 매장량(돈)에 의존해 몇 주 또는 몇 달을 버텨야 할지도 모른다.
채무를 상환하지 못한다고 해서 EU가 반드시 그리스를 밀어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리스가 자국 통화의 발행 압력을 점차적으로 받게 될 것이 분명한 만큼 EU 탈퇴는 시간의 문제일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예상했다.
그리스의 대다수뿐만 아니라 그리스의 유로 지역 파트너 국가들은 유로화라는 단일 통화를 유지하길 원한다고 말한다. 결국 국민투표의 결과를 따를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협상을 재개할 것인지, 그리스의 정치가 그리스의 운명을 결정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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