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왜 ‘국정원 흔들기’에 혈안인가
고하승
| 2015-07-21 16:39:32
새정치민주연합이 21일에도 국가정보원의 해킹 프로그램 사용 의혹에 대한 총공세를 이어갔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원이 검찰 수사와 국회조사를 거부한다면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고 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지금 새정치연합은 국정원 해킹 의혹과 관련, '선(先)자료조사 후(後)현장조사' 원칙을 재차 강조하면서 국회 특위 구성을 요구하는 등 전방위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처럼 야당이 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이는 것은 여론이 국정원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결과(성인 500명 대상, 응답률 5.8%,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p) 전체 응답자의 52.9%가 내국인 사찰이 있었을 것이라고 응답했고, 대테러·대북 공작활동을 위해서만 해킹이 있었을 것이라는 응답은 26.9%에 불과했다.
아마도 과거 역대 정권하에서 국정원이 그런 일을 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국정원이 뼈를 깎는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과거 그런 전력이 있다고 해서 국가 정보기관인 국정원에 대해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 과거의 일은 과거의 일일 뿐이다. 더구나 지난 2013년 당시 여야가 국회 국정원개혁특위를 구성, 국정원이 정치개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관련법안을 7개나 통과시키지 않았는가. 당시 여야 간의 합의를 통해서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완전히 차단하는 장치를 갖췄다는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내부자고발을 통해서 국정원이 정치개입 행위를 고발한 사안에 대해서는 신분적인 보호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국정원이 정치개입 의혹을 불러일으킬 만한 행위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사실 제도적으로 정보기관을 이처럼 옥죄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야당은 국정원의 의혹을 계속 부풀리며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참다못한 새누리당은 21일 야당이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을 제기하며 논란을 키워놓고는 정작 해킹 사실이 안 나오자 이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실제 국정원이 국내 변호사 해킹을 시도했다는 의혹은 몽골 경찰이 자국 변호사를 대상으로 한 해킹이었다는 것이 국정원의 설명이다.
또 지난 16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 위원장인 안철수 의원이 2012년 대권주자였던 문재인 대표의 휴대전화를 대상으로 해킹 프로그램을 시연했으나 해킹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밖에 새정치연합이 설치한 해킹검진센터에서 전병헌 최고위원, 이목희 의원 등도 휴대폰을 검사했지만 악성코드가 발견된 사람은 없었다.
이에 대해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철우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원장·간사단회의에 참석해 "야당에서 의혹을 제기한 건 전부 아닌 것으로 판명났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도 "야당에서 안철수 의원과 문재인 대표가 해킹 의혹을 시연했는데 해킹 당했다는 얘긴 안 나온다"며 "의혹을 제기했으면, 당시 대선주자였던 우리는 해킹당하지 않았다고 얘기해줘야 한다"고 가세했다.
그러나 야당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정작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과연 이런 모습이 국가이익을 위해 바람직한 것인지 야당 인사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의 기본적인 업무 자체는 국가안보를 위한 사안이다. 따라서 국회 정보위원회에서도 국정원 보고를 받을 때에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그런데 국정원이 마치 범법행위라도 한 듯, 대정부질문 등 공개적인 절차로 간다면 결국 국가안보를 위한 국정원의 기본적인 업무를 마비시키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 아니겠는가.
정말 국정원이 범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모를까 그 이전에 미리 예단하고 국정원을 흔드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이고, 핵무기 개발에 혈안이 된 북한의 김정은 정권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통합진보당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북한을 추종하는 이른 ‘종북세력’이 저변에 깔려 있는 마당이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이 무엇하나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 없는데도 지금처럼 계속 의혹만 부풀리며 국정원 흔들기에 나설 경우, 종북세력과 ‘초록은 동색’이라는 의심을 받을지도 모른다. 지금 국정원을 향한 불신이 되레 야당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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