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신고 집회 10건 중 9건 '유령집회'

여영준 기자

yyj@siminilbo.co.kr | 2015-08-02 16:57:47

관계자 "유령집회는 대부분 다른 단체·시민들 집회 막기 위한것"

[시민일보=여영준 기자]신고된 집회 중 열리지 않은 이른바 '유령집회'가 10건 중 9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경찰청이 공개한 '미개최 집회 및 신고 집회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신고집회는 136만3320건이었으나 이중 실제 개최되지 않은 집회는 131만8656건(개최 집회 4만4664건)으로 미개최율이 96.72%에 달했다.

미개최율이 90%를 넘어선 것은 2010년부터 지속돼 온 것으로 조사됐다.

2010년에는 100만4581건이 접수됐으나 5만3682건만이 개최돼 미개최율은 94.66%였다.
2011년에는 109만9287건이 접수, 4만2130건의 집회가 열려 96.17%는 열리지 않았고, 2012년에는 신고집회 105만2820건 중 4만38건만 열려 미개최율이 96.20%였다.

2013년에는 112만6921건이 신고됐으나 4만2562건만 개최돼 미개최율이 96.22%였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집회 신고만 돼있고 실제로는 행해지지 않는 '유령집회'는 다른 단체나 시민들의 집회를 막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통상 집회 및 시위 신고는 선착순으로 접수된다. 시간과 장소가 중복되는 경우에는 먼저 접수된 신고만 처리되고 나중에 접수된 집회나 시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본래 취지는 집회 개최 권리를 신고 우선순위에 따라 부여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사람의 집회를 합법적으로 막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예컨대 지난 6월에는 서울 중구 시청 앞 광장에서 동성애 축제가 열렸다. 동성애 축제의 핵심 행사인 행진을 위해서는 집회 신고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종교단체는 동성애축제위원회보다 앞서 집회신고를 하는 바람에 양측 간 갈등이 일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양측의 충돌을 막기 위해 한정적으로 집회를 허가해준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몇몇 단체는 집회 신고를 먼저하기 위해 신고가능일보다 훨씬 전부터 경찰서 앞에 줄을 서더라"며 "(집단 내에서)자기들끼리 교대하면서 텐트를 쳐놓고 밤을 새기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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