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자녀 취업 청탁 파문에 사법시험 폐지 공방 거세져

전용혁 기자

dra@siminilbo.co.kr | 2015-08-20 12:23:07

나승철 회장, “로스쿨 현대판 음서제라는 인식 확산되고 있어”
김정욱 회장, “로스쿨이 음서제? 사시존치측의 악의적인 왜곡”
서울지방변호사회, “사법시험 통한 법조인 선발제도 유지해야”


[시민일보=전용혁 기자]국회의원의 자녀 취업 청탁 의혹 파문이 로스쿨 제도를 둘러싼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오는 2017년 예정된 사법시험 폐지 문제에 대한 찬반 공방 역시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의원 자녀들은 모두 로스쿨 출신이고, 로스쿨 제도가 시험 성적이나 등수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취업 과정에서 취업 청탁 등 특혜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20일 오전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고위층 자제들이 로스쿨에 많이 입학한다는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제라는 인식이 상당히 확산돼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판사, 검사, 변호사로 가는 걸 보니 오히려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집중 비율이 높아졌다”며 “로스쿨 출신 검사의 경우 서울대, 연대, 고대, 이 3개 대학의 비율이 과거 3년 동안 73.2%였는데 같은 기간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검사로 임용된 사람은 65.1%여서 오히려 로스쿨이 SKY 집중률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법시험은 모든 사람이 응시가 가능하고,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고, 사법시험과 사법 연수원 체제를 거치면서 성적이 굉장히 정확하게 나온다”며 “사실 집안의 배경이나 학벌이 영향을 미칠 소지가 굉장히 적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는데도 큰 돈이 들어간다’는 로스쿨측 주장에 대해서는 “이미 2014년 황인태 중앙대 교수와 천도정 전북대 교수가 연구한 결과가 있는데 사법시험 같은 경우 약 6500만원 정도가 소요되고, 로스쿨의 경우 1억원이 넘는 비용이 소모된다고 연구분석이 나왔다”며 “그 연구에 따르면 로스쿨 같은 경우 이대로 갈 경우 전국민의 75%가 경제적인 이유로 법조계 진입을 포기하게 된다고 분석하고 있고, 사법시험의 경우 70% 정도는 법조계 진입이 가능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제 그런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어졌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로스쿨 찬성측인 김정욱 법학전문대학원 법조인 협의회 회장은 이날 같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로스쿨이 음서제라는 말 자체가 사시존치측의 악의적인 왜곡”이라고 말했다.

그는 “음서제라는 건 부당하게 권력이 세습되는 것을 말하는데 그 주장대로라면 사법시험에 비해 로스쿨 출신의 집안 배경이 훨씬 좋아야 하는데 지난 6월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로스쿨이나 사법시험 모두 법조계나 사회고위층 자녀 비율에는 별 차이가 없다”며 “즉 집안의 환경이나 배경이 변호사가 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로스쿨의 점수 비공개 문제에 대해서는 “원래 성적 비공개는 로스쿨생이 원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로스쿨이 성적 경쟁만으로 고시학원화 되는 것을 막으려던 입법적 결단”이라며 “현재는 로스쿨생이 헌법소원을 제기해서 변호사시험 합격 점수가 공개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시와 로스쿨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건 과거 로스쿨이 존재할 때의 입법적 배경을 봐야 하는데 로스쿨이 도입되기 전의 2000년대 언론기사를 보면 연수원 제도 때문에 법조 카르텔 형성이 너무 강하고, 대학이 고시원화 되고, 우수한 학생들이 수십년 동안 고시촌에서 고시인생을 보낸다는 비판이 엄청나게 지적됐다”며 “지금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주체는 법조 기득권이 있는 변호사들이고, 거기에 동종해 신림동 상권을 부활하려는 관악구 주민들과 고시생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로스쿨 때문에 변호사수가 많아지면서 법조 기득권이 약해지자 상대적 약자인 로스쿨을 비난하고 사시존치로 기존 법조 카르텔을 견고히 하려는 주장인데, 사법시험을 병행했을 때의 장점은 사실상 전무한 반면, 사법시험이 부활해서 생길 폐단은 가득하다”며 “이미 사법시험 폐지가 예정된 지 8년이 지났기 때문에 아직 제도 초기에 불과한 로스쿨 제도를 더 보완해야지, 사시 존치로 로스쿨 제도를 흔드는 것은 과거로 회기하자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사법시험을 통한 법조인 선발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이날 오전 배포한 성명서를 통해 “검찰의 임용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법시험을 통한 법조인 선발 제도를 유지함으로써 공정한 법조사회를 위한 초석을 놓아야 할 것”이라며 “정의의 보루인 법조사회 공정한 구성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않고,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선언한다”며 “신분이나 배경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기회가 균등히 주어지고, 본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기본적 약속”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현실은 부의 세습을 넘어 권력과 신분마저 대물림되는 현실이 이 나라를, 청년들을, 자라나는 아이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고위공직자들은 현대판 음서제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불투명한 입학 과정과 고액의 등록금, 나아가 로스쿨 졸업자의 취업 특혜 의혹까지 로스쿨의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는 공정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법조인 선발제도가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그는 공직자 윤리법을 개정해 고위공직자 가족의 취업현황을 공개하고, 김영란법을 개정해 공직자에 대한 부정한 청탁 뿐 아니라 공직자의 부정한 청탁도 근절하기 위해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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