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종 국회의원] 필요하면 '이설주'라도
홍문종 국회의원
홍문종
| 2015-08-24 16:37:02
상대방으로부터 YES를 이끌어내려면 상대에 대한 복합적이고 심층적인 판단이 우선돼야 그에 걸 맞는 대책을 세울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협상을 성사시킬 수 있다는 협상의 기술을 다룬 내용이었다.
특히 협상의 실마리가 예측 가능한 동선보다는 의외의 동기에서 풀릴 수 있는 확률이 높고 여기에는 전적으로 전문가의 역할이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유연한 사고의 접근방식을 강조하던 이론이 기억에 남아있다.
예를 들어 기독교 신자로 일요일에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다는 부모님의 종교적 관념에 깊이 영향을 받는 A가 협상 당사자로 나섰다. 그런데 협상 스케줄은 여러 가지 여건 때문에 일요일에만 개최될 수 있었다. 그럴 때마다 A는 끌려가는 심정으로 협상 테이블에 임해야 했고 안식일을 지키지 못했다는 내적 갈등 때문에 표정은 있는 대로 굳어있었다. 자신의 사정을 상대에게 알릴 생각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A를 상대로 한 협상 파트너는 힘들었다. 그에게 있어 협상장에 나와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A는 영 괴팍하고 통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을 상대로 협상을 하자니 영 죽을 맛이었다.
둘 사이에 협상이 수월하게 풀릴 리 없었다.
그러나 우연히 A의 사정을 알게 돼 일요일이 아닌 다른 날로 협상일을 조정했다.
그러자 비로소 얘기가 풀리고 협상의 가닥이 잡히기 시작했다.
‘일요일’이라는 강박관념에 붙들려 협상에 제대로 임하지 못하는, 상대방의 취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소시켜 줌으로 해서 원활한 협상 분위기를 도출해 낸, 국력의 핵심인 정보가 제 기능을 다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여기서 전문가의 역할은 파악된 정보를 효율적으로 운영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기능의 발휘인 셈이다.
일촉즉발 긴장을 안고 팽팽한 기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이번 회담이 강력한 협상력으로 구체적 성과를 거두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물론 그동안 입맛에 따라 수시로 입장을 바꾸는 북한의 수법을 여러 번 경험했기에 북한을 상대로 타협을 이끌어내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실제 도발로 남북 간 긴장 국면을 촉발시킨 북한의 의도가 김정은 체제에 대한 인정인지, 더 많은 경제원조인지 아니면 김정은 체제 유지를 위한 숙청 강행 명분 쌓기의 일환인지 도무지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기 위해선 협상 테이블에 나선 두 분을 돕는 전문적인 조력의 역할이 적지 않겠지만 무엇보다 북한의 진정한 속내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고 나면 문제해결이 가능한, 실질적으로 남북을 중개할 수 있는 ‘역할자’를 찾아내는 일도 시급하다.
필요하다면 '이설주'라도 동원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김정은의 속내에 접근이 가능한 비공식 라인, 일테면 부인 이설주나 동생 김여정 등 가족이나 김정은 출신대학 동창 혹은 미국 농구선수 로드맨 등 친구, 더 나아가 카스트로 동생 등 김정은과 연이 닿는 국제 사회 인사를 동원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아닌게 아니라 미국도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푸틴과 대화가 가능한 전직 KGB 간부를 동원해 협상에 활용했다.
사족 하나.
어제밤, 세계의 안보관계자들과 작금의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의견을 나눈 지인으로부터 전해 들은 그들의 상황 인식이 새삼 우리의 처지를 각성시킨다.
북한핵이나 한반도는 더 이상 세계 안보의 주된 관심사안이 아니다.
오히려 철저히 자국 이익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 열강의 눈에는 동족 상쟁으로 한국이 사라지면 각국의 호재(?)가 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반응하고 있다.
짐작은 했지만 다급한 현실을 눈앞에 두고 보니 잔혹하리만치 냉혹한 '정글의 법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먹을 움켜쥐며 결기를 다진다.
반드시 살아남아 대한민국 미래비전으로 정정당당히 21세기 지구촌을 견인하는 그 때를 만들어 보이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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