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재신임카드’되레 갈등 부채질

비노 “문 대표 사퇴...조기전대 실시해야”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5-09-10 14:57:20

친노 “절대적 재신임 받으면 전대 왜 해?”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당내 갈등 봉합을 위해 띄운 ‘재신임 카드’ 승부수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문대표의 재신임카드에 대해 10일 "당의 상황에서 대표로서 중요한 결단을 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혁신안 간담회 직후 "우리당의 지도력을 세우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결단을 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또 "그런 결단이 우리 당을 회복시키고 선명한 야당성, 수권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하지만 당내 비주류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봇물을 이뤘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제안은 구당을 위한 순수한 입장이어야 했다”며 “중앙위 혁신안 통과 압박용으로 지도부와 상의도 없이 재신임 방법마저도 스스로 결정하려는 것은 마라톤 코스를 자신이 정해놓고 자기가 뛰려는 것과 같다”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전당대회에서 선출되었기에 전당대회에서 신임을 물어야 한다. 대표가 다수를 임명한 중앙위에서 재신임을 묻는 것은 반대한다”며 “대표로서 국정감사를 성공시켜 당의 모습을 국민 속에 각인시켜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결과적으로 청와대를 도와주는 이번 처사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합의 리더십 부족으로 오늘의 사태를 가져 온 문 대표는 결단의 리더십을 보여주기 바란다”며 거듭 문 대표사퇴와 연동된 조기전대 개최를 주장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전날 “재신임투표를 묻느니 차라리 쿨 하게 문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한 뒤 (전대에) 다시 출마하는 방식으로 재신임을 묻는 방식이 진정성 있을 것 같다”며 11월 초 조기 전대개최를 강력 촉구했다.

안철수 의원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문 대표가 혁신안 통과에 집착하는데 과연 혁신안이 중앙위원회에서 의결되면 내년 총선 승리 전망이 나아지는지, 이대로 가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부터 말해야 한다”며 “본질과 관계없는 사소한 부분에 집착하고 있다. 신임만 묻고 이대로 가면 당이 변하는 것도 없고, 총선 전망도 힘들어진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혁신의 세 방향으로 낡은 진보 청산과 당 부패 척결, 새로운 인재영입을 내가 제시했는데 그에 답하고 당원과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게 순서”라고 강조했다.


특히 안 의원은 문 대표가 재신임 방법으로 ‘기초선거 정당 공천 문제를 결정할 때 취했던 방법’(국민여론조사 50% + 전 당원 투표 50%)을 언급한 것에 대해 “당시엔 지방선거 공천 사안이라 공천의 주체인 당원에게 묻고 투표권을 가진 국민에게 물었다”면서 “당 대표의 재신임을 왜 국민에게 묻는지 모르겠다. 대통령도 아닌데, 당원에게 물어야지”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무엇보다 범친노로 그동안 문대표에게 협조적이었던 정세균 상임고문도 문 대표에게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이고 나섰다.

정 고문은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필요하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끝장토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당 내분을 제압하는 수준으로는 집권으로 가기 어렵다"며 끝장토론에서 문 대표의 거취 문제까지 다루자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정 고문 측근들도 이제는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오영식 최고위원은 문 대표가 재신임 기자회견을 하면서 최고위원과 상의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4䞙재보선 이후 몇 차례 이런 일이 있었다"며 "방식과 절차에서 아쉽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문대표를 엄호하고 나선 친노계 공세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문 대표 최측근인 노영민 의원은 먼저 비노계 일각에서 거론되는 ‘조기전대론’에 대해 “잿밥에만 관심 있는, 아주 극소수의 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노영민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단계에서 전대를 요구한다는 것은 당은 어찌되든 일단 대표를 흠집내고 보자는 발상”이라며 이같이 비난했다.

노 의원은 “재신임이 되지 않으면 임시 전대로 가면 된다. 만약 절대적 재신임을 받는다면 전대를 왜 여느냐”며 조기전대 주장을 일축했다.

문대표에 대해 “기본적으로 기존 정치인들하고는 다르다. 사심이 없고 술수 같은 걸 참 싫어한다”고 적극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도부 흔들기가 반복돼선 안된다. 당의 단결을 통해 기강을 확립하고 총선 승리에 매진해야 될 때라는 게 절대 다수 당원과 지지자들의 생각”이라며 “혁신안에 대해 당연히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토론할 수 있지만, (어떤 게) 당의 단합과 내년 총선에 도움이 되는 행동인지 아닌지는 국민이 알고 당원이 알고 지지자들이 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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