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복귀, ‘적기론’vs. ‘시기상조론’
고하승
| 2015-10-21 16:58:59
작년 7월 31일,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는 7.30 재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그 이후 그는 전남 강진으로 내려갔고, 장장 1년 이상을 그곳 백련사 인근 토담집에서 칩거 중이다. 물론 그 기간 동안 정치와는 철저하게 담을 쌓았다.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다. 그가 최근 자신이 머무는 흙집을 보수하는 등 '겨울나기'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은 돌아올 생각조차 없는 것 같다.
손학규 전 대표의 부인 이윤영 여사도 같은 생각인 것 같다.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손 전 대표가 머물고 있는 강진 토담집을 기습적으로(?) 방문한 일이 있다. 손 전대표가 동동주 한 병을 꺼내들었고, 이 여사는 인근 텃밭에서 직접 기른 고추를 따왔다. 그렇게 간단하게 술상이 차려진 것이다. 주거니 받거니 술잔이 오가는 사이에 이 여사는 옥수수와 감자, 계란을 삶아 건네며 “여기선 접대할 것이 이런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제 그만 고생하시고, 대표님께 ‘돌아가자’고 말씀드리라”고 하자, 이 여사는 뜻밖에도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낮에는 멀리 푸른 바다가 보이고, 밤에는 하늘의 별들을 헤어볼 수 있으니 너무나 좋다는 것이다. 아마도 손 전 대표가 정치를 하는 동안, 두 분이 마음 편히 여류를 갖고 대화를 나눌 시간을 갖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어쩌면 지난 1년간 두 분이 나눈 대화가 평생을 나눈 대화보다 더 많았고, 풍성했을지도 모른다. ‘저녁이 있는 삶’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치권과 언론이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주말 손 전 대표가 한 지역행사에 참석한 것을 두고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그냥 음악회를 보러 온 것이라는 당사자의 입장표명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언론은 경쟁적으로 갖가지 추측을 내놨다.
야권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그의 주가는 더욱 치솟고 있는 것이다.
실제 당 안팎에선 그를 향한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시대적 요구와 흐름이 손 전 대표의 복귀를 요청하고 있다”며 그의 정계복귀를 촉구했다.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도 "손학규, 김부겸, 유승민 세분 가운데 한분만 움직여도 신당은 무조건 성공한다"며 손 전 대표에게 구애의 손짓을 보낸 바 있다.
따라서 손 전 대표가 정계복귀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는 지난 19일 저녁 T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손학규 전 대표가 책임 있는 자세로 정치일선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혀주고, 선의의 (대권)경쟁을 해야 야권이 다시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 목사는 또 “야당이 지금 너무 약해서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며 “그런 면에서 손학규 전 대표는 정치력이 있는 사람이고 경륜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니까 지금 나오는 게 야당에 큰 보탬이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은 같은 날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국민적으로 아까운 지도자로 남아있는 (손학규)를 덜 흔들어야 한다”며 “정말 야권이 어렵고 더 이상 절망적이어서 국민에 도리가 아닌 상황이 온다면 우리 모두를 위해 모시러 가야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아직은 손 전 대표가 나설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이른바 ‘손학규 구원투수론’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전 의원은 “당은 급하면 뭘 찾듯이 손학규, 손학규 한다”며 “그 동안 손 전 대표를 어려울 때 두 번이나 구원투수로 쓰고 마지막에는 사람을 못 쓰게 만드는 일을 되풀이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 인명진 목사의 ‘지금이 적기’라는 주장이 맞는 것일까? 아니면 김부겸 전 의원의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맞는 것일까?
아무래도 김 전 의원의 발언에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연합에 국민이 절망하고, 그런 민심이 내년 총선에서 ‘야권 참패’로 입증될 때, 비로소 ‘이대로는 안 된다’는 국민의 아우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올 것이고, 그 목소리가 정계개편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이 되어 손학규 전 대표를 부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때가 김 전 의원이 말한 “우리 모두를 위해 모시러 가야할 때”이고, 손 전 대표가 국민의 박수를 받으며 정계에 복귀하는 시점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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