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 역사·자연생태 브랜드 만든다

송윤근 기자

ygs@siminilbo.co.kr | 2015-10-29 14:58:46

자연과 사람이 머무는 곳…
역사와 바다가 맞닿는 곳…


[시흥=송윤근 기자]1995년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가 열리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는 오히려 지방경쟁력 약화라는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이에따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개발전략에 대한 관심과 의욕이 매우 높아졌다. 더 나아가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천적 해법으로서의 '도시브랜딩' 개념이 주목받게 됐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에 숨겨진 정체성을 발굴하고 이를 대내외로 펼치기 시작했다. 단순히 심벌 등을 이용한 시각적 정체성의 표현을 넘어서, 지역의 역사와 오랜 자원을 발굴해 내는 데 집중하게 된 것이다.

경기 시흥시는 수도권 1일 관광이 가능하고, 수려한 생태자원을 지녔음에도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곳으로, 이러한 이미지를 벗고자 지역의 역사와 자원을 토대로 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확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빠르게 도시 랜드마크를 만들기보다는 시흥시민이 알고 인정하는 브랜드를 만들어 가겠다는 생각이다.

<시민일보>는 이러한 시의 '랜드마크만들기 사업'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 바라지와 산업단지의 도시, 시흥

시흥시민을 비롯한 수도권 시민들은 ‘시흥’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로 ‘자연생태’와 ‘산업시설’을 떠올렸다.

시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월28~29일 만 19세 이상의 시흥시민과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시민 각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흥시 문화환경 인식·문화생활 현황 등에 대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시흥시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35%가 자연생태, 30.4%가 산업시설이라고 답해 다른 응답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주거개발 12.4%, 문화관광 4.5% 순으로 나타났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 4.38%p).

또 같은 질문에 수도권 응답자들은 산업시설 26.9%, 자연생태 16.9%, 10.5%가 주거개발이라고 응답했다.

시 이미지에 대해 시흥시민과 수도권 시민 모두 자연생태와 산업시설을 대표되는 이미지로 꼽았다. 시민들에게 산업단지를 떠올리게 한 시화공업단지는 2011년 9월 '시흥스마트허브'로 이름을 바꾸고 새롭게 도약하고 있으며, 자연생태는 ‘바라지’라는 이름을 얻었다.


■ 새로운 도약 '시흥스마트허브', 간척의 역사와 함께 시작한 산업단지

산업단지는 시흥스마트허브로 본격적인 제2의 도약기를 준비하고 있다. 시화공업단지의 역사를 살펴보면 간척의 역사와 함께한다. 정부는 1970년대 말부터 수도권의 균형성장을 도모하는 한편 서울시내 부적격 공장의 이전 수용을 위해서 안산시에 반월공단을, 86년에는 시흥시에 시화지구건설사무소를 설치, 본격적으로 시화공단 조성에 돌입했다.

시흥스마트허브는 이제 낡은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구조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약 1만개에 가까운 기업이 입주해 있고 근로자는 10만명이 넘는다.

이 중 70%는 시흥시민들이다. 그만큼 시흥시 경제에서 시흥스마트허브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산업단지를 운영·지원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전체 제조업 총생산액의 62%를 산업단지 입주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수출의 72% 또한 산업단지 입주기업이 담당하고, 제조업 고용인구의 43%는 산업단지가 책임지고 있다.

스마트허브는 '미니클러스터'의 활동과 성과가 두드러지는 산업단지로 평가받고 있다. 미니클러스터란 업종, 기술분야별 작은 규모의 산·학·연 협의체로, 지자체와 대기업·중소기업·대학·연구소 등의 다양한 관계자들이 지혜를 모아 동반성장하고 있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만든 ‘바라지’

자연생태 역시 시민들이 꼽은 시흥의 주요한 이미지다. 시흥 물왕저수지에서 호조벌, 연꽃테마파크, 갯골생태공원, 월곶포구, 배곧신도시, 오이도를 연결하는 자연생태 축은 바라지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바라지라는 이름의 뜻 역시 시흥 역사와 정체성을 보여준다. 바라지는 ‘돌보다, 돕는다, 기원하다’라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로,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시흥 고유의 말이기도 하다. 햇볕을 방안으로 끌어들이는 창을 바라지 창, 조석에 의한 바닷물의 드나듦을 조절하는 수문을 바라지 수문이라 불렀다.

또한 실제로 바라지라는 말은 지역 토박이들의 구술에서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방죽을 일컫기도 하고, 소금기가 가득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못쓰는 땅에 붙은 이름이기도 했다.

또한 바라지는 시흥 300년 간척의 역사를 보여주는 생태자원이다. 오이도를 간척해 육지와 연결했고 갯벌에 방죽을 쌓아 드넓은 논, 호조벌을 탄생시켰다. 간척을 통한 새로운 농지의 확보는 인구의 이동·촌락의 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시흥 지역에서도 간척지의 조성과 함께 새로운 촌락이 형성되거나 기존의 촌락이 분화됐으며, 지금까지 시흥의 역사로 이어진다.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산업시설과 자연생태가 시에 조화롭게 함께하고 있는 것은 오랜 기간 시흥시민의 역사 안에서 흘러와 현재까지 지역의 발전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우정욱 담당관은 “도시브랜드는 정체성과 이미지를 표출하는 폭넓은 개념의 행위수단이다. 도시브랜드가 생명력을 얻기 위해서는 그 도시가 갖고 있는 그대로의 역사와 문화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바라지는 소금기 가득한 땅을 비옥한 토지로 바꾼 시흥사람들의 ‘도전정신’과, 어업에서 농업으로의 삶의 방식 변화,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의 ‘다양성’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산업단지는 오랜시간 시흥 사람을 먹여 살리고 뒷받침해 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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