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락모락 피어나는 야권연대론
고하승
| 2015-11-05 14:07:01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야권 일각에선 ‘야권연대론’을 들고 나왔다. 그것도 아주 노골적이다.
실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5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에게 야권공조의 재구성을 제안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 대응과 선거구 개편 등 선거법 개정의 주제로 야권공조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야권공조’란 그동안 통용되던 ‘야권연대’의 또 다른 용어일 뿐, 새로운 개념의 용어는 아니다.
즉 심대표의 제안은 4.13 총선에서의 야권연대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심 대표는 전날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야권연대’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는 “연합정치나 야권연대는 저희 정의당이 미는 사안이 아니다”라면서도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정권교체, 이 시대적 과제를 외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대안정부로 인정받지 못하는 제1야당의 현실을 고려해서 우리가 의회권력 교체와 정권교체를 어떻게 할 것이냐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제1야당이 변변치 않은 상태에서 정권교체를 하자면 어쩔 수 없이 야권연대를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의당이 어떤 정당인가.
정의당은 최근 국민모임-노동정치연대-진보결집 플러스 등과 함께 통합을 선언했다.
문제는 이들 세력 가운데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해체된 ‘통합진보당’의 세력이 숨어들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심 대표는 통합진보당 주도세력과의 관계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그분들의 정치 이념이 국민 다수의 건전한 상식에서 현저히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은 바 있다.
하지만 그의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정의당의 지지기반이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일반 대중에서 노동자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의당과 통합을 선언한 노동정치연대 양경규 대표는 “통합된 정당이 지향하는 바나 대중적 기반으로 보거나 당의 토대로 볼 때 노동자들이 책임지는 정당으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특히 이번 4단체 통합이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에 진보정치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당적을 갖지 않았던 현장 노동자들에게 적극적인 정당명부 정의당 투표 운동을 벌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심상정 대표도 통합정의당의 출범에 대해 “진보정치 분열 이후에 상처를 가장 크게 받았던 노동활동가 분들이 다시 일어선 것”이라며 노동기반 확대를 반겼다.
옛 통합민주당의 최대 지지기반이 민주노총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연 정의당이 끝까지 통합진보당 주도세력과 선을 그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종북’사상이 의심스러운 세력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으면 높을수록 통합 정의당에 등을 돌리는 국민의 수가 증가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새정치민주연합이 통합정의당과 손잡을 경우 현실적으로 득이 될 것은 없어 보인다. 더구나 새정치연합이 ‘진보’를 표방하는 이념정당이 아니라 대중정당이라면 더더욱 손을 잡을 이유가 없다.
문제는 문재인 대표가 과연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지금 문 대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인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10.28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내에서 봇물처럼 쏟아지던 문재인 퇴진론이 ‘교과서연대’로 인해 수면 하에 가라앉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문 대표의 시선은 온통 ‘교과서연대’에 쏠린 모습이다.
문 대표가 전날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다른 정당과 정파, 학계와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강력한 연대의 틀에서 국정교과서에 맞서겠다"고 밝힌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물론 교과서연대의 한축은 정의당이다.
어떤 명분으로든 어떤 세력과 ‘연대’를 한다는 것은 ‘서로 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그래서 걱정이다. 새정치연합 일각에서는 당이 이런 지경에 이른 요인 중 하나가 지난 총선 당시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한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또 다시 통합 정의당과 야권연대를 한다면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모르긴 몰라도 상당수의 국민들은 새정치연합과 통합진보당에 대해 역시 ‘초록은 동색’이었구나 하고 생각할 것 아니겠는가. 그게 과연 새정치연합을 살리는 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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