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건강하세요!

박재우

| 2015-11-10 06:58:24

▲ 박재우 서울 서대문소방서 현장대응단

오늘도 어김없이 자정때쯤 출동벨이 울린다. '삐잉삐잉 구급출동 구급출동!'

전력질주로 달려가 구급차에 탑승한다. 구급 신고 내용은 50대 여자분으로 전신쇠약을 호소하는 상태라고 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최대한 안전을 유의하면서 신속하게 출동한다. 현장에 도착하니 썰렁한 냉기가 감도는 방안에 아주머니 혼자 누워계시고 집에는 아무도 없다.

하루종일 환자는 온몸에 힘이 없었으며 때문에 식사도 제대로 드시지 못한 상태였다. 환자평가를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상위에 드시다 만 음식들이 놓여있었다. 혼자서는 거동이 힘드신 상태로 판단돼 들것을 이용하기로 하며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때문에 환자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담요로 덮어드렸다.

구급차로 옮기는데 아주머니께서 연신 고맙다고 하신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참 이상하게 뿌듯하고 보람을 느끼게 한다. 구급차 안에서 다시 체온, 혈압, 산소포화도, 맥박, 혈당 체크를 했는데 혈압이 좀 낮게 나오신다. 일단 최대한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을 하기로 했다.

병원가는 길 아주머니께서 계속 연신 고맙다 하신다. 아들이 한명 있는데 전주에 있다는 얘기를 하시며 직접 올수가 없어 119에 신고 하셨다고 한다. 현장에서 종종 이렇게 자식들과 떨어져 지내는 어르신들을 보게 된다.

그럴때마다 떨어져 있는 자녀들은 어머니가 아픈데 오지도 못해 얼마나 답답하고 어머니는 아픈데 보살펴 줄 사람이 옆에 아무도 없어 얼마나 쓸쓸하실까..란 생각을 하곤 한다.

요즘 같이 해가 짧아지고 바람이 차가워지는 계절이 되면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이 얼마나 더 서글퍼지실지.

나 역시 멀리 떨어져 계시는 어머니생각에 눈물이 울컥 날 뻔 했다. 무거운 마음이였지만 구급차에 타고계시는 환자분을 생각하며 최대한 안전하게 모셔다 드리기 위해 마음을 다잡아 보았다.

환자분은 병원도착 후 병원침상에 눕혀 드릴 때 까지 연신 고맙다고 하신다. 이렇게 작은 도움이 이토록 고맙게 여겨지시는 환자분을 보며 왠지 더 마음이 아파왔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에 뿌듯해지기도 했다.

병원에서 나오는 길 하늘에 떠있는 달빛이 유난히 밝아 보인다. 이 빛처럼 많은 환자들에게 한줄기 희망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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