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당명 개정 논의 한다지만
'민주당' 선점당해...당명 찾기 쉽지 않아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5-11-18 11:24:50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창당60주년기념사업(이하 기념사업) 일환으로 당명 개정 관련 논의를 이번 주 중 착수키로 했지만, 마땅한 당명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지지자들이 선호하는 '민주당'은 이미 다른 정당에서 등록, 활동 중이기 때문이다.
기념사업 추진위원장인 전병헌 최고위원은 18일 " 당명개정 관련한 실무회의를 내일(19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 최고위원은 "당명을 개정하겠다고 결정된 것은 아직 아니다"며 "당명개정은 당내 합의가 이뤄져야 실행이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선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에게 먼저 당명 개정에 대한 설명을 하고, 당 지도부의 의견을 구한 뒤에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폭 넓게 의견을 수렴해 정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념사업 추진위의 실행위원으로 있는 손혜원 홍보위원장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명 개정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손 위원장은 "우리 당에 계신 분들, 혹시 당명에 대해서 조사해본 적이 있으신지 궁금하다. 혹시 한번이라도 조사해 봤다면 여태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혹시 우리 당명의 주인은 당에 계신 분들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당명의 주인이 국민이고 대중이어야 한다는 제 생각이 틀린 것이라면 굳이 제가 여기서 할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당일치기 현수막이나 해결하려고 인생의 가장 큰 결심을 하고 이곳에 온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명개정 노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의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당명은 민주당 대표였던 김한길 전 대표와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이었던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해 합당하면서 만들어졌다.
따라서 먼저 이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당 혁신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어서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거란 전망이다.
앞서 손 위원장이 지난 1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명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꺼냈지만, 주승용 최고위원이 "오히려 분란을 일으킬 수 있으니 적절하지 않다"라고 지적한 것은 이 때문이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 논의되는 당명개정에 대한 유권자들의 시각도 곱지 않다.
현재의 새정치연합은 2000년 이후에만 무려 8번이나 당명을 바꿨다.
김대중 정권에서 새천년민주당으로 바꾼 이후에도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 민주당, 민주통합당에 이어 이른바 도로 민주당까지 있었다.
일시적이나마 새로운 이미지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당명 개정은 선거철에 매력적인 카드일 수 있지만, 본질적인 변화 없는 포장 바꾸기는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만 키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야권 지지자들이 선호하는 민주당이란 이름은 지난해 9월 창당한 원외정당이 이미 선점해버렸다.
민주당은 지난해 3월 안철수·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17새정치민주연합을 출범시킨지 6개월 만에 민주당이라는 당명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했다. 이로써 새정치연합은 민주당과 합당을 하지 않고서는 민주당이라는 당명을 복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실제로 새정치연합 이목희 의원과 오봉수 서울시의원을 비롯해 다수의 새정치연합 관계자들은 민주당이 명시된 간판을 사용하다가 원외 민주당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민주당은 지난 4월 10일 당명 무단 사용을 금지할 것을 새정치연합에 요청한 바 있으며 지난 9월 8일에는 새정치연합 최재성 총본부장에게 요청서를 발송해 재차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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