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등, 섣부른 ‘험지출마론’으로 도마 위

해당 원외위원장들 “의도가 뭐냐” 강력 반발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5-12-14 12:08:56

[시민일보=이영란 기자]“위원장님, 저 김용태입니다. 먼저 심려 끼쳐 죄송합니다. 저는 우리 당이 땅 짚고 헤엄치는 동네에 당선된 사람과 그 곳으로 가겠다고 아우성인 분위기 때문에 수도 서울이 방치되고 급기야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점을 당내에 경고하기 위함이지 특정지역에 누구를 가라마라 하는 차원의 문제 제기가 아니었습니다”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 김용태 의원이 전날 서울지역 모 당협위원장에게 이 같은 내용의 사과문자를 보낸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이 내용대로라면 이들이 들고 나온 '험지출마론'에 다른 의도가 담겨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관측된다.

'사과문자 소동'은 김의원이 지난 10일 전직 서울시당위원장인 나경원·김성태 의원과 함께 오세훈 전 서울시장, 정몽준 전 의원, 안대희 전 대법관 등 당 안팎 주요인사들의 ‘험지 출마’를 요구하면서 비롯됐다.

해당 지역구 당협위원장들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김의원 등이 험지로 꼽은 서울의 노원병, 광진갑, 구로을 등은 원외당협위원장이 내년 총선을 목표로 표밭을 갈고 있는 곳이다.

전지명 광진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시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역사정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열심히 뛰고 있는 남의 지역구를 험지로 '낙인' 찍는 의도가 뭐냐"며 "그런 식의 무책임한 발언 자체가 해당행위"라고 맹비난 했다.

그러면서 "본인들 지역구는 험지가 아니고 양지냐"며 "최소한 자기 지역구부터 내놓고 감놔라 대추놔라 하는 게 상식 아니냐"고도 했다.

특히 전 위원장은 " 전현직 시당위원장 3명의 일방적 사견이 마치 대표성 있는 발언처럼 남발된 부적절한 이 상황에 대해 분명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누가 어떤 기준으로 만든 험지인지도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모 관계자는 " 험지 출마 대상자는 당초 오세훈 전 서울시장 한명 뿐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을 끼워 넣은 것은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는 또 “전직 서울시당위원장 3명이 험지라고 하지만 지역여론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무책임하고 부적절한 발언일 뿐"이라며 "속 보인다"고 질타했다.

실제 일각에선 이들의 발언 배경과 관련, 정몽준 의원이 예전 지역구인 동작을에 출마할 가능성을 염려해 선수를 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동작을은 이번 험지출마 요구에 동참한 나경원 의원의 지역구다.

또 안대희 전 대법관이 내년 총선 출마지로 염두에 두고 있는 부산해운대구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설도 있다.

현재 해운대구기장군은 하태경 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아 활동 중인 곳으로 하의원 살리기 차원의 전략적 발언이 아니냐는 의미다.

한편 정몽준 전의원 측은 "출마의사도 없는데 당사자 의견 확인도 없이 대상자로 거론돼 당혹스럽다"며 총선 출마 가능성 자체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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