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진흥법 제정에 거는 기대

이경선

| 2016-01-19 23:58:06

(한국입법정책학회 이경선)

지난 12월 마지막 날 국회에서 인문학진흥법 제정안(신계륜, 이명수, 김장실 의원 대표발의 대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제 이 법은 올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간다.

인문학진흥법은 사람과 인류문화를 다루는 정신과학인 인문학의 심층적이고 융복합적인 연구를 장려하고, 인문학 전문인력(학위 중심이 아닌 인문학적 컨텐츠를 보유한 자)을 양성하며, 시민들의 인성과 소양을 넓혀줄 인문교육을 체계적이고 연속적으로 실시토록 했으며, 인문학적 컨텐츠의 사업화 ․ 산업화 등을 지원하게 된다.

또 인문학과 인문정신 확산을 위한 정책기구로 인문학및인문정신문화진흥심의회를 구성토록 하였고, 더불어 싱크탱크 역할을 할 전담기구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국내는 물론 국제기구 등과 학술문화교류 사업도 추진하게 되며, 일반 대중들이 인문(학)강좌 등을 보다 광범위하게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인문학 컨텐츠 전달체계’를 지금처럼 간헐적으로 혹은 재량적으로 추진해오던 방식에 그치지 않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반드시 법정사업으로 적극 이행해야할 사업으로 하였다.

또 인문학 진흥을 위해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재원 책정과 지원도 당연 수반된다. 무엇보다 인문학진흥법은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함께 협업하며 성과를 도모하도록 하는 공동소관 법률이 되었다.

우리 사회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해방 후 좌우의 대립과 전쟁 그리고 산업화, 민주화의 격랑을 숨 가쁘게 거쳐 왔다. 많은 희생과 대립 속에서 경제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결코 행복한 사회가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 전통의 아름다움과 공동체 의식은 점차 사라져가고, 사회 각계각층과 세대 간의 대화와 소통은 단절되고, 경쟁 제일의 시장경제의 원리 속에서 경제적 지위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것만이 성공과 행복의 길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렇게 달려오는 동안 사람에 대한 배려와 올바른 시민으로서의 소양이 매우 결핍되어 온 측면이 작지 않다.

더구나 정치 민주화와 더불어 좀 더 심화되어야할 경제 민주화가 제대로 성숙되지 못하여 사회 각 영역과 수준에서 만족과 행복의 증가보다는 불만과 불행의 심리가 더욱 크게 증가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는 바로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극단의 사회적 스트레스 때문에 우리 사회는 수년째 힐링(정서적 치유)에 목말라 하는 것이다.

인문학진흥법이 말하는 인문학은 단순히 기존 문학(문예창작), 역사학(인류학), 언어학, 철학, 종교학 등에 한정하는 개념만은 아니다. 심리학, 성공학(처세론), 행복학, 지역학, 환경학, 미학(예술비평, 건축미학 등) 등 인간과 인류문화에 관한 정신과학을 폭넓게 포섭하는 의미이고 그렇게 폭넓고 열린 개념으로 운용되어야 할 것이다.

인문학의 궁극적 지향점인 인문정신은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 경제적 성장과 물질 수준의 향상에 걸맞는 인문적 감성의 접목, 각종 사회현상에 대한 사람 중심의 비판적 통찰’등을 의미하는 것이다. 날로 각박해져가는 작금의 우리 사회는 이와 같은 인문학 진흥과 인문정신의 대중적 확산이 절실히 필요하다. 인성교육지원법이나 시민교육지원법 등의 등장도 그러한 맥락의 연장선에 있다.

인문학 진흥과 인문정신문화 확산을 위한 입법정책 수단은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법으로 정하여 제도적 토대 위에서 논하는 것이 더욱 확실한 방안이다. 이제 운영의 묘만이 관건으로 남았다. 인문학이 우대받고 인문정신이 사회 곳곳에 실핏줄처럼 스며들 수 있도록 모든 정성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인문학진흥법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한층 지적이고 성찰적인 인문부국으로 변모해 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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