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천정배 심상정의 ‘짝짓기’
고하승
| 2016-01-21 09:58:06
‘유유상종(類類相從)’이란 생각이나 가치가 비슷한 사람끼리 어울려 다닌다는 뜻으로 '가재는 게 편이다'와 비슷한 말이다. 이는 '끼리끼리' 또는 '초록은 동색'과 같은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배타적 카테고리라는 의미가 더 강하며, 비꼬는 말로 주로 쓰인다.
그런데 4.13 총선을 앞둔 시점에 가장 먼저 이 단어가 떠오른 까닭은 무엇일까?
어쩌면 문재인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과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 그리고 진보정당인 정의당이 서로 ‘야권연대’라는 이름으로 짝짓기를 시도하는 상황과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
실제 문 대표가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저지'를 앞세워 야권연대 논의를 공식화하자 국민회의 측과 정의당 측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문 대표는 지난 19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천정배 의원 측과는 통합을, 정의당과는 현실적으로 통합은 좀 어렵다는 판단 아래 선거 연합이 논의돼 왔다. 안철수 의원이 추진 중인 국민의당도 크게 통합 또는, 연대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 문제를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논의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연일 ‘가짜야당’, ‘희망 없는 정당’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던 천정배 의원은 갑자기 말을 바꾸기가 쑥스러웠는지 “더불어민주당이 당 해체에 준하는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일단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그는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의 극복, 일여일야(一與一野) 구도로 가야 된다”며 야권연대 제안을 적극 환영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천 의원은 호남 지역에선 각 야당이 서로 경쟁을 벌이되 비호남 지역에선 야권후보를 단일 화 하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심지어 천 의원은 “혁신이 중요하지만 분열한 후 통합하는 것도 중요한 혁신”이라며 야권연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통합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정의당 측은 어떤가. 마찬가지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총선승리를 위한 연대, 민생살리기 공조, 정권교체를 위한 정치연합 구상에 야권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문 대표의 제안을 반겼다.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도 야권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야권연대 제의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전 대표는 이날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의당은 이제까지 일관되게 야권연대의 입장을 천명해왔다”며 “이번 총선만이 아니라 대선까지도 3당(더민주,국민회의,정의당)의 공조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문재인 대표나 천정배 의원, 심상정 대표 및 노회찬 전 대표 모두 서로 손을 잡는데 주저할만한 이유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만큼 서로 닮았다는 뜻일 게다.
반면 더민주 중도성향의 김부겸 전 의원은 국민의당과의 연대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의당에 대해선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김 전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고성국의 아침저널'에 출연, "'우리가 더 잘났다'고 하는 2등, 3등 경쟁은 국민들에게 죄 짓는 것"이라며 "야권이 살기 위해 연대를 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의당과의 관계에 대해선 "정의당은 명확하게 진보정당을 표방한 정당"이라고 선을 그었다.
더 나아가 국민의당 창당을 추진 중인 안철수 의원은 아예 야권연대 가능성을 일축했다.
안 의원은 최근 현역의원 전원이 참여한 확대기획조정회의에서 문 대표의 야권연대 주장에 대해 “야권연대 프레임으로 지난 10년간 도대체 무엇을 얻었나”라며 “지금은 야권분열이라면서 만년 야당으로 기득권을 지키려고 할 것이 아니라 수구지배 체제에 강력한 균열을 낼 때”라고 반박했다.
그 이유에 대해 안 의원은 이날 서울 마포 당사에서 열린 기획조정회의에서 "이번 총선은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기득권 양당 체제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 양당 담합구조를 깨고 다당제로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거"라며 "강한 3당이 만들어지면 정치가 역동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정배 의원과 심상정 대표, 노회찬 전 대표는 문재인 대표와 ‘닮은 꼴’이라는 데 대해 사실상 서로 동의하고 있는 데 반해 안철수 의원은 ‘닮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천정배 의원이 통합을 강조하는 것은 모순이다. 그렇다면 왜 탈당하고 신당을 추진하고 있으며, 박주선 박준영 김민석 등이 추진하는 통합신당과는 왜 거리를 두고 있는지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진보정당인 정의당과의 연대라니 과거 ‘통합진보당’과의 연대 후유증을 벌서 잊은 것인가.
아니면 ‘끼리끼리’라더니 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노 세력과 천정배 의원, 그리고 정의당은 결국 한통속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