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소리', 관객들 마음 울릴 소리의 순수함...'진한 여운'
서문영
| 2016-01-21 23:58:06
이정도로 로봇을 중점적으로 다룬 한국영화는 거의 전무했다. 그나마 ‘인류멸망 보고서’가 한 단편을 통해 로봇의 인간성을 성찰하긴 했지만 이것 역시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었다. ‘내추럴 시티’나 ‘싸이보그 그녀’는 멜로를 중심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로봇 자체가 두드러지는 영화는 아니었다.
때문에 한국 영화의 로봇은 아직도 애니메이션 쪽에 한정된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로봇, 소리’의 등장은 매우 반갑기도 하고 동시에 낯설기도 하다. 그러나 ‘로봇, 소리’는 ‘시도만가 좋았다’가 아닌 진정한 한국형 로봇 영화의 척도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는 완성도를 갖췄다.
그리고 그 완성도의 핵심에는 당연히 로봇 ‘소리’의 구현이 연관돼있다. SF영화 속 로봇은 그 디자인만으로도 영화의 철학을 담아낸다. 예컨대 인간과 유사한 로봇이 등장하면 그 특유의 괴리감으로 빚어내는 갈등이 존재한다거나 완전히 기계형 로봇이 등장하면 타자화돼 동떨어진 느낌을 강조하는 식이다. ‘로봇, 소리’ 속 소리는 척 봐도 기계이면서도 동글동글한 이미지로 어딘가 귀여운 구석을 강조했다.
실제로 영화 속 소리는 순수한 아이에 가까운 성격이다. 그는 때때로 ‘나는 그녀를 찾아야 한다’라는 차가운 목적지향의 대사을 반복하지만 네비게이션 역할을 자처할 때의 장면, 해관(이성민 분)이 옷을 사줄 때의 장면에서는 즉각적인 표현으로 웃음을 자아내며 끈끈한 정을 느끼게 했다.
제작진은 소리가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너구리’라는 모티브를 잡았다고 밝혔다. 또한 소리의 원래 제작된 의도에 따른 CCTV 같은 디자인과 주변에서 자주 보는 쓰레기통의 형태를 결합시켜 멀지 않은 거리감을 유지했다.
이들은 또한 해관과 소리의 교감을 담아내기 위해 실제로 ‘눈’을 대신할 카메라를 장착하는 섬세함으로 영화 내내 실제 아이컨택을 자연스럽게 유도했다. 이성민 배우 역시 “카메라가 장착된 눈을 보면서 연기했다”라고 말해 제작진의 선택이 탁월했음을 입증했다.
현장에서도 목소리 가이드와 조종을 담당한 스태프가 이성민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연기를 맞춰나갔다. 덕분에 소리는 매 컷마다 인상적인 움직임으로 환상적인 연기 호흡을 보였다.
소리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심은경은 이러한 제작진의 의도를 살리며 기계와 인간 사이의 지점을 목소리로 담아냈다. 심은경의 목소리는 영화가 공개된 직후 감독과 주연 배우들에게 호평을 들었을 만큼 소리에게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탄생한 소리는 생명력을 가진 새로운 캐릭터로 떠올랐다. 동그란 외형과 영화 속 특유의 순수함은 보는 사람에게 편안한 감정을 안겨줄 것이다. ‘로봇, 소리’ 속 소리의 활약이 진한 감동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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