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 출마 배후는 김무성?
고하승
| 2016-02-01 14:21:30
요즘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의 반응은 지극히 냉소적이다.
정치인들을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국민들도 상당수다. 특히 최근 강용석 전 의원이 20대 총선에서 서울 용산구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이런 분위기는 극에 달한 것 같다.
오죽하면 그가 출마 선언을 하기 위해 새누리당에 들어가려다 경비를 맡고 있던 경찰에 제지당했겠는가.
실제 그는 지난 달 31일 오후 1시20분쯤 새누리당으로 들어가려다 1층 출입구에서 저지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경비를 맡고 있던 경찰이 “당으로부터 출입을 통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강 전 의원의 출입을 막아선 것이다.
결국 그는 국회로 자리를 옮겨 출마기자회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새누리당은 강 전 의원의 복당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 것 같다.
실제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강용석 전 의원 복당에 대해 "절대 불가"라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은 복당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그냥 탈당이 아니라 제명이 됐었던 것"이라며 "(복당에 대해) 아직 얘기할 형편이 못 된다"고 일축했다.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 김용태 의원도 이날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강용석 전 의원의 복당 신청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며 “이것이 당으로서는 큰 부담”이라고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그런데도 강 전 의원은 전날 새누리당에 입당원서를 내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13총선에 서울 용산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한마디로 새누리당에선 강 전 의원을 향해 “제발, 오지 말라고”막아서는데도 그는 굳이 막아선 사람들을 비집고 당에 들어가겠다고 버티는 셈이다.
대체 새누리당은 왜 강 전 의원의 입당을 이처럼 반대하는 것일까?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그는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 마포을에서 당선됐지만 ‘여성 아나운서 비하 발언’으로 당에서 제명된 바 있다.
이쯤 되면 보통의 정치인들이라면 다시 정치권에 발을 담근다는 것은 감히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여의도 정치를 떠나 있었지만 한시도 정치를 잊지 않았다"며 "제 청춘인 용산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려고 한다"고 공식적으로 총선출마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다.
사실 그는 ‘여성 아나운서 비하 발언’만 문제 되는 게 아니다. 현재 진행형인 일명 ‘도도맘’이라는 여성과의 스캔들 의혹도 있다.
예전 같으면 이런 사람들이 다시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 자체가 불가능 했다. 공천을 심의하는 기관에서 그런 사람을 탈락시킬 게 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는 당사로부터 출입을 통제 당하는 수모를 당하고도 기어이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한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김무성 대표를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것이다.
즉 김 대표의 ‘극단적 상향식 공천’이 강용석이라는 괴물 후보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말이다.
김 대표의 방식이라면, 당에 대한 공헌이 있건 없건, 야당에서 어느 날 갑자기 말을 갈아타건 말건, 각종 스캔들로 유명해지기만 한다면 새누리당 후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강 전 의원이 이런 극단적 상향식 공천을 믿고 새누리당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오죽하면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김 대표의 '상향식 공천'에 대해 "이번 상향식 공천을 민주주의의 완성이라고 보는 김 대표의 생각은 극단적"이라고 비판했겠는가.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진보논객 진중권씨는 지난 2014년 11월 한 방송에서 "얼마 전에 택도 없는 소리를 들었다. 강용석이 서울 시장에 나가겠다고 했다"며 "강용석 씨가 서울 시장 선거에 나가면 대항마로 내가 키우는 고양이 루비를 출마시켜서 당선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에 윤종신씨는 "인묘(人猫)의 대결이 되겠다"며 농담을 던져 폭소를 자아냈다.
정말 ‘인묘(人猫)의 대결’을 조장하고 부추기는 극단적 상향식 공천방식이라면 김 대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가뜩이나 정치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정치가 더 이상 희화화 되는 일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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