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비례대표 파동...‘친노정당’ 재확인?
김종인 때렸다가 다독이는 친노 속셈은?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6-03-22 09:47:57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셀프공천’ 논란 과정에서 여전히 건재한 친노 세력 위세가 확인됐다는 평가다.
비례대표 선정 문제로 당 중앙위원회와 충돌한 김종인 대표를 궁지로 몰아넣은 것도 '친노'고 다독이면서 힘을 실어준 그룹도 '친노'였다는 것이다.
앞서 김 대표는 비례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2번에 배치했다가 친노의 반발에 부딪혀 14번으로 밀려나자 당무를 거부하는 등 강력반발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까운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번에 올렸다가 14번으로 내렸다가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공’은 잊고 심한 욕설이 퍼부어지는 것도 그렇다”라며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그는 먼저 “이번 더민주 비례대표 문제를 단지 김종인 대표의 순위 문제로 환원하면 안된다”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도록 했다.
실제 조국 교수는 “핵심은 자질 부족 후보를 검증도 하지 않고 추천한 것 및 당헌 요구를 어겨 중앙위 권한을 침해하는 형식으로 순위투표를 요구한 것”이라며 “이 두 가지 점 해결된다면, 김 대표 순위는 그 분에게 맡기는 게 '예의'다”라고 강조했다.
대표적 친노 인사인 문성근 국민의명령 상임위원장도 이날 트위터 글에서 "하루종일 고민을 했다"며 "김 대표의 비례 2번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김 대표를 측면 지원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는 승리가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날 이들은 SNS를 통해 ‘군주적 리더십’(조국), “후안무치도 유분수”(문성근)이라고 김대표를 맹비난한 바 있어 180도 달라진 배경에 의구심을 낳게 했다.
또 다른 당내 친노 세력도 일제히 김 대표를 비난한 바 있다.
김광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어떻게 자신이 셀프 2번을 전략비례로 공천할 수 있을까”라며 “내가 옳다고 믿는 정치와 그가 옳다고 믿는 정치가 다른 거냐”고 쏘아붙였다.
정청래 의원도 최근 지지자들과의 산행에서 “김 대표의 ‘셀프공천’은 한마디로 말하면 말도 안되는 공천”이라며 “비례대표를 본인 스스로 맨 앞 순위로 배치하는 몰상식이 또 벌어졌다”고 맹비난했다.
신경민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로지 욕심만 보인다”며 "20번으로 가거나 아예 내려놓아야 유권자 설득이 가능하다”고 비판대열에 가세했다.
그런 그들이 일제히 침묵을 지키는 등 급격한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총선을 앞두고 일단 파국을 막아보자는 취지로, 문재인 전 대표의 의중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일부 비대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 대표를 설득해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더 민주는 21일 밤부터 22일 새벽까지 심야 중앙위 회의에서 김 대표의 비례대표 추천 몫을 4명으로 하고, 이들에 대한 순번 결정은 김 대표에게 위임하도록 하는 등 비례대표 선출방식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기존 순위인 2번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리더십에는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김종인 대표도 이번 일을 통해 친노가 반대하면 자신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라며 “이번 일로 더민주가 친노에 의한 친노당이라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 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것이 국민의당이 승리해야 할 이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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