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춘 보훈처장, 당장 물러나라

고하승

| 2016-06-29 12:02:16

편집국장 고하승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박승춘 보훈처장을 향해 "끝까지 계속하시라"고 비꼬았다.

박승춘 처장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으로부터 해임촉구결의안이 제출된 박승춘 처장은 이날 김일성의 외삼촌인 강진석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서훈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보훈처가 애국장을 추서한 강진석은 김일성의 모친 강반석의 큰 오빠다.

박 처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가보훈처 업무보고에서 강진석에게 건국훈장이 추서된 이유를 묻는 박용진 의원의 질문에 "심사할 때도 본인의 공적만 가지고 심사하지 다른 사람과의 연관은 따지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뭐,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보훈처장이라는 사람이 연좌제도 아니고 김일성의 외삼촌이라고 해서 훈장을 못 받을 이유는 없다니 할 말이 없다.

그런데 박 처장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박용진 의원이 "그 기준대로라면 1932년 사망한 강반석(김일성 모친)도, 1924년 사망한 김형직(김일성 부친)도 대상자가 된다. 그렇다면 독립운동을 한 김형직과 강반석도 서훈대상이냐"고 따지자 박 처장이 "검토해보겠다"고 황당한 답변을 한 것이다.

김일성의 외삼촌에게 애국장을 서훈한 것만으로도 기가 막힐 노릇인데 김일성의 부모들까지도 서훈을 검토하겠다니 제 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국민이 반국가단체 수괴의 아버지, 어머니에게까지 훈장을 주는 것을 용납할리 만무하다. 사실 그 외삼촌에게 애국장을 추서한 것도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오죽하면 야당의 박용진 의원이 "대한민국 국민이 보훈처장이 김일성 부모에게 훈장을 줄 수 있는지를 판단·검토하겠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며 "대한민국 국민의 기본적인 정서가 있는데 정부가 기본적 상식이 있다면 이렇게 안 한다"고 박 처장을 질타했겠는가.

박 의원은 또 "박승춘 처장의 오전 발언과 2012년 (강진석에 대한 서훈) 결정은 참전 유공자들과 피해자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행위고 대한민국 정체성에 정면 도전하는 일"이라며 "박 처장은 물러나야 한다"고 박 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박 처장은 "제게 주어진 소임과 직책에 최선을 다해왔기 때문에 사퇴를 해야 한다, 안해야한다 생각하지 않는다"고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사실 박 처장이 보수와 진보의 이념문제에 초월한 사람이고, 그래서 국민들로부터 비록 욕을 먹더라도 김일성 부모와 외삼촌까지 훈장을 줘야한다는 소신을 지닌 사람은 아니다.

실제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들은 이날 국가보훈처 업무보고를 앞두고 박 처장으로 부터 업무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야3당 163인의 국회의원으로부터 세 번째 해임촉구안이 결의됐음에도 보훈처장은 아무런 반성과 태도 변화가 없다"며 "이런 보훈처장에게 업무보고를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관영 국민의당 간사 역시 "국가보훈처가 박 처장 재임기간 중 국민통합에 기여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가세했다.

한마디로 일반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수구보수 적 직무수행으로 야당으로부터 해임촉구안이 결의되고 업무보고조차 보이콧 당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김일성 외삼촌에게 애국장을 추서했다는 건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혹시 박 처장이 무능해서 강신석이 김일성의 외삼촌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은 아닐까?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앞서 민족문제연구소는 전날 "보훈처가 강진석에게 애국장을 추서한 뒤 강진석이 김일성의 외삼촌인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만일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박 처장은 무능한 인사로 그 자리에 그대로 눌러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고 김일성 외삼촌에게 애국장을 추서한 게 소신이라면 더욱 큰 문제다. 그것은 대한민국정체성을 흔드는 행위인 까닭이다. 따라서 당장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게 아니라 해임촉구안을 결의한 야 3당을 의식한 행위라면 더더욱 지탄을 받아야 한다. 어떤 이유로 그런 행위를 했든 박 처장은 그 자리를 지킬 이유가 없다. 그 자리에 대한 미련이 곧 박근혜 대통령에게 해가 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니 이제 대한민국과 박근혜정부를 위해서라도 그 자리에서 물러나 주기를 바란다. 박 처장이 물러나야만 선장을 잃고 난파선처럼 방랑하는 재향군인회도 안보단체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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