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12년만에 지구당 부활되나
새누리, “긍정검토”...더민주, 개정안 발의...선관위, 개정안 제출예정
전용혁 기자
dra@siminilbo.co.kr | 2016-08-21 13:00:00
[시민일보=전용혁 기자] 지난 2004년 폐지된 지구당의 부활문제 논의가 여야 각 정당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당의 지역 하부조직인 지구당이 12년 만에 부활할 가능성이 커졌다.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관위는 지구당 부활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이달 안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구당과 정당후원회 부활 등에 대한 정치관계법 개정에 대해 전향적 검토의사를 밝혔고,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 경선에 나선 이언주(경기 광명을), 전해철(경기 안산상록갑)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당법 개정안'을 경쟁적으로 발의했다.
여야가 지구당 부활문제에 대해서 별다른 이견이 없는 셈이다. 따라서 선관위가 개정안을 제출할 경우 늦어도 다음 달까지는 여야 간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원외 당협위원장 회의에서 "정치관계법 개정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의 선거법·정당법 체제에서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여러 가지 애로가 많을 것"이라면서 "법적으로 당협사무실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이상한 이름의 사무실을 편법으로 운영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명실상부 정상화할 방법을 고심하겠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지구당 제도 부활 내용을 담은 '정당법 일부개정안', '정치자금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국회의원지역선거구 또는 구·시·군 단위로 지역당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지역당에 2명 이내의 유급 사무직원을 둘 수 있도록 했다.
이언주 의원은 이에 앞서 지난 16일 "지구당이 폐지된 이후 지역사무소를 편법으로 운영되는 가하면 현역과 비현역간 불평등이 초래되는 등 문제점이 야기되고 있다"며 지구당 부활을 위한 구·시·군당 설치 근거를 마련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런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22일 전체회의를 열어 지구당 설치와 정당후원회 부활을 허용하는 법률 개정안을 확정한 뒤 이달 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선관위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논의한 공청회를 개최한 바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구당 제도를 다시 도입할 경우 가장 큰 변화는 현재의 선거구에 합법적인 지역 정당사무실을 둘 수 있다는 점”이라며 “현재 현역 국회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 '시·군·구 의원 합동사무실'을 운영하고, 원외 당협위원장의 경우 변호사라면 변호사 사무실을 내놓고 사실상 지역 사무실로 사용하는 등 각종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법 위반이 일반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도 “지금까지는 지구당 부활에 부정적 시각이 팽배해 정치권이 선뜻 법 개정 착수에 나서지 못했으나 거의 모든 당협이 편법으로 사무실을 운영하는 법과 현실의 괴리를 해소하고, 현역의원과 원외 위원장의 기득권 차이로 인한 진입 장벽을 걷어내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더민주 관계자 역시 “정치자금법이 엄격해지고 사회 분위기가 성숙하면서 과거와 같은 '돈 정치'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지구당을 부활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지구당 부활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국 253개 지역선거구에 지구당 사무실이 생기면 현재보다는 법망의 감시가 어려워지고, 유력 정치인에게는 줄을 대기 위해 또다시 돈이 몰리면서 '사당화'의 빌미를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지구당의 수입·지출 회계보고를 의무화하고, 이를 인터넷에 실시간 공개하는 내용을 정치관계법에 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며 “그러면 우려했던 문제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구당의 후원금 모집은 금지하는 대신 중앙선관위의 관리 감독을 받는 중앙당의 후원금 모금을 허용함으로써 중앙당이 직접 지구당을 지원하는 간접 지원 방식도 검토해볼만 하다”고 덧붙였다.
한편지구당 위원장은 해당 지역에서 비밀투표 방식으로 경선하고, 지구당 위원장이 총선을 포함한 공직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1년 전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의 신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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