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 항소심서 첫 무죄선고

이대우 기자

nice@siminilbo.co.kr | 2016-10-24 09:00:00

광주지법 항소부 "헌법 보장은 권리… 형사처벌로 제한 불가"

[시민일보=이대우 기자]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항소심에서 처음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적은 있지만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것은 처음이라 대체복무제 도입 논란이 일어날 전망이다.

광주지법 형사항소3부는 18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아울러 같은 혐의로 기소된 B씨 등 2명은 항소를 받아들여 징역 1년6월의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장 과정 등을 볼 때 종교적 신념과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종교·개인 양심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고 형사처벌로 이를 제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국제사회도 양심적 병역 거부권을 인정하는 추세이고, 우리 사회도 대체복무제 필요성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600명 정도로 추산되는 병역 거부자를 현역에서 제외한다고 병역 손실이 발생하고 기피자를 양산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체복무제도와 관련, 재판부는 “국가는 소수자 권리 주장에 인내만 요구하지 않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선진국 사례를 볼 때 현실적 대책(대체복무제)이 있는데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고 대체복무제 도입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어 “2000년대 이후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대부분 실형(1년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며 “이는 ‘타협 판결’이다. 떳떳하게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고 공동체를 위해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항소심 첫 무죄 선고이기 때문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은 최근 부쩍 늘었지만 항소심에는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병역법 88조는 현역 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하면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앞서 지난해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은 남성 3명이 헌법소원을 내 헌재가 이 사건을 심리 중이다.

지난해 7월 여론 수렴을 위해 공개 변론을 열기도 했던 헌재는 조만간 위헌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이보다 앞서 2004년과 2011년에 제기된 위헌심판에서는 해당 조항이 모두 합헌이라고 결정된 바 있다.

한편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남성은 2006년 이후 10년간 5723명에 달한다. 이 중 5215명이 처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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