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제2의 전두환’이냐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6-11-27 12:45:31

편집국장 고하승


26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5차 촛불집회에 주최측(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추산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130만명(경찰 추산 27만명)이 모였다. 100만명(경찰 추산 26만명)이 참여했던 지난 12일과 비교해 30만명이나 많았다고 한다.


전국적으로는 190만명(경찰 추산 33만명)이 운집했다고 하니 눈도 추위도 국민의 목소리를 막지 못한 셈이다.


지금 국민은 이 세상을 망가트린 박근혜 대통령을 향하여 “하야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에 맞춰 정치권은 탄핵소추안 발의준비에 돌입했다. 특히 야당은 12월2일, 늦어도 12월9일 국회가 박 대통령을 탄핵하게 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제 심판의 날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박근혜 퇴진’이 궁극적인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 국민의 목소리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87년 헌법이 제정된 이후, 그러니까 6공화국체제에서의 역대 모든 대통령들은 ‘비선실세’ 문제로 국민을 실망시켰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엔 영부인 김옥숙 여사의 고종사촌인 박철언 씨가 '6공 황태자'로 불리며 비선실세로 나섰었고, 김영삼 정권에선 대통령 차남 김현철씨가 각료 임명이나 군 장성인사에도 개입하는 등 비선실세 역할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당시엔 이른바 ‘홍삼트리오’가 문제가 됐다. 김 전 대통령의 아들 홍일·홍업·홍걸 삼형제가 모두 비리에 휘말린 것이다. 실제 '정현준 게이트', '진승현 게이트', '이용호 게이트' 등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홍삼트리오 이름이 거론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 씨는 세무공무원 출신이어서 국세청 인사 때마다 관가에서는 '형님 인사설'이 돌았다. 그로 인해 ‘봉하대군’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영일대군’으로 통했던 이상득 전 의원이 문제가 됐었고, 지금 박근혜 대통령에겐 최순실씨가 비선실세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즉 6공화국에서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모두에게 ‘비선실세’라는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6공화국은 명운을 다했으니, ‘제 7공화국’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람이 문제지 헌법이 무슨 죄냐?”라며 개헌논의를 거부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정치와 무관한 법륜스님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 여섯 사람(6공화국체제의 역대 대통령들)이 다 문제였을까요? 그렇게 본다면 첫째, 우리나라에 인재가 없다는 뜻이고, 둘째, 국민의 눈이 어둡다는 뜻입니다. 국민이 하필 이런 사람만 선출하잖아요. 그러니 사실 그건 아닐 거예요. 그러면 왜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할까요? 시스템 때문입니다. 대통령한테 권한이 너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즉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의 제도를 유지하는 게 합당한가’ 하는 문제를 이 시점에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브레이크 시스템이 고장 났다면 수리를 해야지, 운전사만 바꾼다고 해서 사고를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정치권은 대통령 탄핵 이후 고장난 자동차를 수리하는 문제, 즉 7공화국으로의 개헌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형’으로 고쳐야 한다는 말이다.


그동안 “아직은 개헌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며 개헌을 반대하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26일 광화문 촛불집회장에선 마음을 돌렸다.


실제 그는 "그토록 세상 바뀌는 것을 막고 개인 욕심 취하는 기득권 정치를 깨부술 때가 바로 지금"이라며 "이제는 더 이상 기득권 정치가 세상 바뀌는 것을 막을 수 없고 개인 욕심을 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제왕적대통령제를 분권형으로 바꿔야한다는 뜻이다. 분권형은 ‘이원집정부제’와 ‘독일식 내각제’가 있다. 두 제도는 모두 대통령과 총리, 의회가 서로 견제하는 시스템으로 별반 차이가 없다. 따라서 정치권이 분권형으로 개헌을 추진하려고 하면 어렵지 않게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런데도 지금 이대로 선거를 치를 경우 자신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욕심을 지닌 사람이 반대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87년 필자는 최루탄 가스가 자욱한 거리에서 ‘호헌철폐, 전두환 타도’를 외친 일이 있다.


지금 개헌을 거부하는 호헌파에게 경고한다. 국가의 시스템을 바꿔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국민의 목소리를 자신의 권력욕 때문에 외면할 경우 ‘호헌철폐, 문재인 타도’의 촛불이 타오를지도 모른다. 부디 문재인 전 대표가 ‘제2의 전두환’으로 역사에 기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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