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멜로물은 가라! '얼라이드'-'여교사'-'더 리더', 예측불가 '파격' 멜로 영화
서문영
issue@siminilbo.co.kr | 2017-01-08 12:49:28
1월 극장가에 가슴을 저릿하게 할 멜로 바람이 거세게 불 예정이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배우 마리옹 꼬띠아르, 브래드 피트 주연의‘얼라이드’를 주축으로 지난 4일 개봉한 영화 ‘여교사(감독 김태용)’와 오는 19일 재개봉하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감독 스티븐 달드리)는 모두 무겁고 침울한 분위기의 멜로 작품들이다. 또 세 작품은 모두 '비밀'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다. 은밀한 이야기들을 숨기고 있는 세 영화는 각각 어떤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 얼라이드(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세계 2차 대전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얼라이드'는 영국 정보장교 맥스 바탄(브래드 피트)과 프랑스 스파이 마리안 부세주르(마리옹 꼬띠아르)가 독일 대사 암살이라는 무거운 임무를 띠고 부부로 위장한다. 그런데 임무 수행 중 그들은 서로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끌림을 느끼고 진짜 부부가 된다.
사랑하는 아이를 낳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던 맥스는 상부로부터 아내 마리안이 스파이라는 믿지 못할 얘기를 전해 듣는다. 남은 시간은 72시간, 그 시간 안에 아내의 무죄를 입증하지 못하면 자신의 손으로 아내를 죽여야 한다. 그럴 리 없다고 부정하지만 언제부터 아내가 이렇게 낯설었을까. 그들을 감싸고 있는 비밀이 드러날 듯 말 듯 서스펜스를 유지하며 서로를 향한 날카로운 눈빛을 거두지 않는다. 맥스는 숨겨진 비밀을 찾아낼 수 있을까.
‘포레스트 검프’ ‘캐스트 어 웨이’ ‘플라이트’ 등의 작품에서 인간의 내밀한 심리를 건드렸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는 ‘얼라이드’를 통해 의심하는 남자와 의심 받는 여자의 심리 갈등을 섬세하게 그렸다.
# 여교사(감독 김태용)
10대 제자와 선생님의 파격적인 로맨스를 그린 '여교사'. 하루를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비정규직 교사 효주(김하늘 분)는 우연한 기회로 자신의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 분)과 자신이 눈여겨보던 제자 재하(이원근 분)의 은밀한 관계를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혜영에게서 재하를 뺏으려고 하면서 벌어지는 갈등이 점점 고조되며 관객들에게 색다른 충격을 안긴다.
영화는 열등감이 가득한 여자가 생존을 위해서 욕망을 포기하고 비밀에 다가서게 되면서 겪는 수치심, 자괴감, 후회 등 다양한 감정이 스크린으로 강하게 표출된다. 사실 영화는 파격 정사, 치명적인 로맨스보다는 정규직, 비정규직이라는 계급 문제와 한 여자의 내면 묘사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배우 김하늘의 연기는 역대급이다. 무미건조한 삶을 살다가 재하를 만나면서 생기를 찾아가는 과정을 눈빛과 다양한 스타일로 표현해내며 질투와 수치심에 눈이 멀어 변하는 표정 연기는 보는 이들의 소름을 자아낸다.
#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감독 스티븐 달드리)
'여교사'와 비슷한 또 하나의 파격 멜로 작품이 다시 돌아왔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역시 설정부터 파격적이다. 10대 소년 마이클(랄프 파인즈)과 30대 여인 한나(케이트 윈슬렛)는 육체적, 정신적 교감을 나누며 서로를 탐미한다. 그들의 사이에는 항상 책이 있었다. 마이클은 한나가 갑자기 사라져 버리기 전까지는 한나를 위해 언제나 책을 읽어줬다. 몇 년이 지나고 마이클은 전범들을 재판하는 법정에 한나가 앉아 있는 것을 보게된다. 그리고 한나는 아주 사소하지만 커다란 비밀을 숨기기 위해 동료들의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종신형을 선고 받는다. 그는 도대체 무엇을 숨기고자 했던 것일까.
영화는 '얼라이드’와 같이 세계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다. 두 영화 모두 실제로 일어났을 법한 얘기들을 담고 있어 현실성을 높였다. 전쟁 이후, 모든 사람들이 평화 속에서 살았지만 정작 전쟁에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그들은 평화롭지 못했다. 하지만 ‘얼라이드’가 멜로에 무게를 둔 영화라면,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는 인물들의 성장에 더 초점을 뒀다. 무언가를 숨기고 싶었던 여자, 그리고 그 비밀을 덮어주고 싶었던 남자. 사소한 비밀 하나를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고, 감옥에도 들어왔지만 결국 한나가 자신의 비밀을 떳떳하게 드러낼 때가 돼서야 한나와 마이클. 두 사람 모두 인격적인 성장을 하게 되며 관객들에게 남다른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비밀'이라는 것은 감춰졌을 때 더욱 빛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세 영화를 연달아 보고 나면 한 가지 생각이 들곤 한다. 모든 비밀과 진실을 알게되면 우리는 과연 행복할까. 뻔한 멜로 영화가 아닌 특별한 감동과 여운, 교훈이 가미된 파격적인 멜로물을 접하고 싶다면 1월 극장가에서 세 편의 영화를 만나보자.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