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대형산불 주요인은 ‘기후’

이진원

yjw@siminilbo.co.kr | 2017-05-07 16:16:39

전국서 가장 건조… 국지적으로 강한 바람불어
낮은 습도 · 산불 취약목 소나무 단순림도 원인


[시민일보=이진원 기자]지난 3월 9~10일 산림 75ha를 잿더미로 만들었던 강원 강릉시 옥계면 산불 이후 채 두달도 되 않아 강릉과 삼척에서 또다시 대형산불이 발생했다.

앞서 강원도는 ▲1996년 고성 ▲1998년 강릉 사천면 ▲2000년 동해안 ▲2004년 속초·강릉 등에서 대형산불이 끊이질 않았으며, 이들 산불로 인해 잿더미로 변한 산림만 2만ha가 넘는다.

낙산사 산불 이후 11년 동안 발생하지 않았던 동해안에 대형산불이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나 발생을 되풀이 된 이유에 대해 학계 일각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학계의 한 부류는 잦은 산불이 강원도의 면적 82%가 산림으로 둘러쌓은 ‘산악도(山岳道)’라는 점과 동해안 지역에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 단순림이 많다는 특징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해당 지역에서는 국지적으로 강한 바람까지 불며, ‘양간지풍(襄杆之風)’ 또는 ‘양강지풍(襄江之風)’으로 알려진 특이한 기상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간지풍에 대해 국립기상연구소는 2012년 2월 ‘영동 지역에 한번 불이 붙으면 대규모로 번지는 이유’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양간지풍이란 고온 건조한 특성이 있는 데다 속도도 빠르다. 2005년 낙산사를 집어삼켰던 대형산불 당시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32m까지 관측됐을 정도다.

이 바람은 봄철 ‘남고북저’ 형태의 기압 배치에서 서풍 기류가 형성될 때 자주 발생한다. 봄철 이동성 고기압이 우리나라로 이동해 상층 대기가 불안정하면 바람 세기가 강해진다.

영서 지역 차가운 공기가 태백산맥을 넘을 때 역전층을 만나 압축되는 동시에 속도도 빨라진다. 이 바람이 경사면을 타고 영동 지역으로 내려가면서 강한 바람을 일으킨다.

기상연구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상층 대기가 불안정한 역전층이 강하게 형성될수록, 경사가 심할수록, 공기가 차가워지는 야간일수록 바람은 강해졌다.

한편 동해안은 이맘때면 전국에서 가장 건조하고 ‘건조특보’도 오랫동안 지속된다. 도내 건조특보는 지난달 23일 강릉 평지를 시작으로 강릉·동해·삼척·속초·고성·양양 등 동해안 6곳의 시·군과 북부산지는 지난달 28일부터 건조경보가 발효 돼 지속된 바 있다.

실제 지난 6일 정오부터 밤까지 강릉과 삼척 지역에는 초속 20m 내외의 강풍이 몰아친 바 있다.

강원도 소방본부가 분석한 최근 3년간 도내 봄철(3∼5월) 화재 발생 현황을 보면 ▲2014년 723건 ▲2015년 940건 ▲2016년 762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매년 평균 808건의 불이 났고 이는 1년간 전체 화재 발생 건수의 34.7%를 차지한다. 발화요인은 부주의가 1586건(65.4%)으로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 당국은 이번 강릉·삼척 산불 역시 입산자 실화로 보고 우선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진화 후에는 중앙정부 차원의 정밀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이흥교 도 소방본부장은 “봄철 동해안은 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불어 대형산불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며 “중요한 것은 예방인 만큼 영농준비를 위한 소각행위나 입산시 인화성 물질 소지 행위는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