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론 띄우지만...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7-05-14 11:41:42
바른정당, '기센' 자강론 때문에 분열 가능성도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내부 일각에서 ‘제3정당’ 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으나 복잡한 셈법 때문에 실행이 여의치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지난 12일 국민의당 주승용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바른정당과의 조속한 통합을 주장하면서 촉발된 양당 간 통합논의는 '포스트 대선' 국면을 염두에 둔 정계개편 가능성으로까지 이어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14일 “당 내부에서는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 대한 공감대가 널리 퍼져 있는 상태”라며 “양당이 각기 중도를 지향하며 정체성에 큰 차이가 없는 데다 이번 대선에서 뼈저리게 절감한 소수 정당의 한계를 외연 확대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바른정당 내부에 형성된 위기감을 감안할 때 우리가 주도권을 갖고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 외연 확장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당 의원들을 향한 여당의 구애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서두르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국민의당 일각에서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강한 중진 의원들과는 달리 일부 호남 지역구 초선 의원 등을 중심으로 탈당 후 민주당 입당을 고민하고 있다는 후문이 돌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텃밭'인 호남 지역 득표에서 민주당에 크게 밀린 상황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복잡한 셈법이 작동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이 당내 구심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을 띄우고 있으나 대북정책 등 정체성 차이를 염두에 둘 때 개연성이 낮은 시나리오 수준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을 곧 이뤄질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연결하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실제 임기를 며칠 남기지 않은 주승용 원내대표가 신임 원내대표 불출마를 선언한 직후 '바른정당 통합론'을 띄우고 나선 데 대해 비대위원장직을 염두에 둔 포석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따르고 있다.
바른정당 역시 당의 생존 전략이 최대 관심사로 부각된 상태다.
원내 교섭단체 마지노선인 20명 의원 수에 간신히 턱걸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살 길을 찾으려면 합당이든 정책연대이든 국민의당과손을 잡을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전날 오후 국회에서 “제 개인적인 생각은 이념과 정책이 (국민의당과) 가장 가깝다고 하지만, 통일과 안보관 등 극복해야 할 차이도 적지 않아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다만 양당이 지도부가 교체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그 논의가 좀 더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대선에서 유승민 의원이 거둔 6.76%의 득표율을 발판 삼아 새로운 개혁 보수당으로 성장하기 위해 힘을 길러야 한다는 자강론 주장 역시 녹록치 않은 상황이어서 오는 15∼16일 강원도 고성에서 진행되는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찬회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 상태다.
연찬회 결과에 따라 국민의당과 통합을 주장하는 통합론파와 유승민 의원의 독자생존을 지지하는 자강론파로 또다시 분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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