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4대강 감사 '지시' 논란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7-05-24 11:00:09
감사원, "대통령 지시만으로 감사 착수 어려워"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4대강사업 정책감사 지시에 대해 절차적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감사원이 대통령 지시만으로는 감사에 착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문 대통령이 정권 초기 각종 현안을 제쳐두고 직접 지시하면서까지 서두르고 있는 배경을 두고 MB정부를 겨냥한 정치감사 아니냐는 야당의 공세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을 통해 “4대 강 정책감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아직 정식적인 감사 요청을 받은 게 없다"며 "감사원법과 규정에 감사 착수 요건이 정해져 있는 만큼 공식적인 절차를 기다려봐야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4일 “감사원법 제2조 1항에 감사원이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해서는 독립의 지위를 가지도록 돼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청와대 수석의 지시로 감사를 시작할 수는 없다”며 “감사가 진행되려면 국무총리가 감사를 요구하거나 관계부처 장관, 또는 300명 이상의 일반국민이 서명을 받아 공익감사를 청구하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 특히 야권은 문 대통령이 정권 시작부터 이 문제를 직접 들고나온 배경을 두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실제 "적폐청산"이라고 반기는 더불어민주당과는 달리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은 문재인 대통령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 감사 지시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한 보복 감사"라며 강력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전날 당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오늘(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을 앞두고 한풀이식 보복 지시를 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각료 출신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4대강 감사가 정치 보복이나 정치 감사로 흐르진 않을지 걱정이 많다"고 우려했다. 이어 "(4대강 감사가) '너희들(이명박 정부)이 할 때 무슨 잘못이 있으면 찾아내 처벌하겠다'는 자세라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역시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 도중 불행한 일을 겪지 않았나. (현 정부에) 그 감정의 앙금이 남아 있는 것 아니냐"며 “우파의 구심점을 와해시키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선 후보도 전날 페이스북 글에서 "그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을 MB(이 전 대통령) 탓으로 여기기 때문"이라며 "(문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시작부터 헛발질을 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나라를 운영하면 곧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의 입장은 강경하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이날 "제 상식으로는 대통령께서 감사를 요청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4번째인 4대강 사업 감사'에 대해 "환경파괴나 예산집행 등의 문제제기에 대한 구체적 감사가 제대로 된 적이 없었다"면서 "4대강 사업 과정 하나하나에 있어서 공사비리, 이런 문제보다는 합리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왜 정권이 앞장서서 이 사업을 하게 됐는지, 이 부분에 대한, 아주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단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보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야당 원내대표들에게 정치보복이 아니라는 걸 잘 설명하고 또 이야기를 듣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4대강 사업에 이어 방산비리 문제가 '적폐청산' 개혁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국방개혁 전담팀이 생길 예정이고, 사실상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주요의제로 상정했다.
인사 차 국회를 찾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안보실에 방산비리 문제 등을 짚고 넘어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고,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차원에서도 방산비리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책이 논의될 전망이다.
정부와 군 안팎에서는 현재 진행중인 일부 대형 무기도입 사업이 우선 점검 [대상]이 될 것이란 관측 속에 과거 정부의 비리까지도 겨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 정부 당시 핵심정책이었던 4대강 사업은 물론 자원외교, 방위사업 등의 문제점까지 들여다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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