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증세논란이 포퓰리즘 경쟁으로
민주당 '부자 증세' vs. 한국당 '선심 감세'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7-07-27 11:01:37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정부여당이 초대기업·초고속득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부자 증세’를 추진하는 데 대해 '제 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담뱃세에 이어 유류세 인하를 위한 관련법 개정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증세 추진과 관련, 대기업과 고소득자 반발을 의식, ‘명예 과세’, ‘사랑 과세’, ‘존경 과세’, ‘상생 과세’ 등 '네이밍 전략'으로 여론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27일 “민주당과 정부는 재정을 확충하고 소득을 재분배해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 증세를 추진 중”이라며 "초대기업, 초고소득자에 대한 명예과세에 국민의 85% 이상이 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추미애 대표는 지난 20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소득 2천억 원 초과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소득 5억 원 초과 개인에 대한 소득세율을 40%에서 42%로 각각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방안이 과표구간을 신설해 세금을 늘리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민주당 정책위원회가 개인의 연 소득 '3억 초과∼5억 원 이하' 구간에 대한 세율을 기존 38%에서 40%로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번에 마련될 '세법 개정안'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 지도부에서도 증세 대상자를 바로 확대할 경우 정치 쟁점화 될 소지가 크다는 판단에 따라 즉시 도입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여당은 이날 오전 당정 협의를 갖고 증세 속도전을 위한 방안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자유한국당의 만만치 않은 반발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연일 '가공할 세금폭탄', '청개구리 정책', '시대착오적 좌표이탈'이란 표현을 동원해가며 정부여당의 '증세' 방침에 맹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서민 감세' 추진으로 맞불을 놓는 형국이다.
실제 한국당 윤한홍 의원이 개별소비세법과 국민건강증진법, 지방세법 등 관련 법을 개정해 담배가격에 붙은 세금을 2000원 내리는 것을 뼈대로 '담뱃값 인하법'을 발의했다.
당초 당 차원에서 '담뱃값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으나 박근혜 정부 당시 담뱃값 인상을 추진했던 전력이 부담이 되자 윤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하는 것으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다만 담배값 인하는 지난 대선 당시 후보였던 홍준표 대표가 내건 공약이라는 점에서 당 차원의 강력한 추진작업이 뒷받침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윤의원의 개정법안에는 한국당 소속 강석진, 강효상, 김석기, 김성태(3선), 송희경, 엄용수, 이채익, 조훈현 의원이 이름을 올린 상태다.
한국당은 배기량 2천㏄ 미만의 모든 차종에 대해 유류세를 절반으로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사치성 소비재가 아닌 생활 필수재임에도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유류세 인하로 약 7조 2,000억원 정도의 세수 감소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현 여당이 과거 야당 시절 담뱃세 인상을 반대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시절 이를 반대했다"며 "그런 만큼 담배세 인하 정책에 딴지를 걸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태우 고려대 교수는 “포퓰리즘의 폐해가 드러난 것”이라며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를 비판했다.
박교수는 “민주당은 초대기업, 초고소득자를 겨냥한 증세를 '착한 증세' '명예 증세'로 이름 붙여가면서 세금 인상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절대다수의 국민을 이용하고 있고, 한국당은 '세금 깎아주는 데 싫어할 사람 없다'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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