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 전문의, 부당한 의료현실 고발하고 스스로 목숨 끊어
민장홍 기자
mjh@siminilbo.co.kr | 2018-03-20 11:01:56
지난 17일 오전 강남의 성형외과 전문의 A씨(48)가 오랫동안 의료계에 만연되어온 대학병원의 갑질문화와 성형외과의 유령수술 실체 등을 주장하는 내용의 유서를 통해 폭로하면서다.
그의 유서는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 17일 밤 자신의 블로그에 전문을 공개하면서 언론에 공개됐다.
공개된 전문에 따르면 A씨는 “내 블로그 마지막 글이다. 그저 보통의 착한 의사로 살고 싶었지만 세상은 허락해주지 않았다”라는 글로 시작해 그 동안 장애가 있는 자신에 대한 부당한 대우, 대학병원에서 겪은 폐쇄적인 조직문화, 성형수술에 대한 문제제기 등 의료계 전반에 만연한 문제를 유서를 통해 고발했다. 이는 일부 언론과 개인커뮤니티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유서에 따르면 A씨는 2014년 대학병원 교수로 재직하던 시기를 언급하면서 “너무 열심히 환자를 봐서 내 진료수익이 점점 증가되자, 자신의 성을 쌓은 주임교수에게 오히려 나는 점점 경계를 받았다. 그는 모든 전공의 선생님을 독점하여 나는 회진도 혼자 돌고 내 환자분들이 점점 피해를 입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주임 교수의 수술과 외래에는 모든 전공의 선생님들이 옆에서 거의 늘 대기해야 했고, 나의 담당 환자분들은 결국 자주 피해를 보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A씨의 ‘유령수술’에 대한 이야기는 더욱 충격적이다.
그는“성형외과 전문의 선생님의 의원은 아니었지만 다소 큰 의원에 취직을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여기서의 내 삶은 더 이상 진행이 불가능했다. 2017년 가을부터 개원이래 조직적으로 시행된 유령수술의 온상에서 나는 더 있을 수 없었다. 이 유령수술을 직원들 모두 알고 있고도 점차 그 나쁜 짓에 둔감해졌다."며 "수익을 위해서 공장 시스템은 더 가속화가 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는 "난 도저히 종용하는 종용되고 있는 비윤리적인 유령 대리 수술은 할 수 없었다."며 "이런 나를 바보 같다고, 먹고 살려면,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서, 그간 아파서 쌓인 빚들을 갚으려면, 그래도 유령수술을 하며 자기합리화를 해야 한다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지만, 그간 내가 살아온 의사로서 인생을 이 비도덕 비윤리적 불법행위에 송두리째 버리기는 싫었다. 아니 그렇게 도저히 할 수 없었다. 내 삶의 존재 가치를 이렇게 버릴 수는 없었다. 이 직업을 유지하고자 환자에게 나쁜 짓을 할 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A4용지 12쪽에 달하는 이 유서는 “내 사랑하는, 눈 앞에 스치는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비겁한, 하지만 정말 나로선, 어쩔 수 없는 이 최악의 선택에 대해서, 이해하여주고 용서해 주기를 바란다. 보잘 것 없는 나의 생의 마감이 그래도 지금 나에겐 정말 어쩔 수 없는 최선이었다. 장애인 의사의 이 내부 고발이 사회에 작은 변화를 위한 주춧돌이 되길 희망한다.”는 마지막 글로 끝마쳤다.
이와 관련해 녹취록이 함께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각계에서 철저한 검증과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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