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백의종군" 요구에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발끈하더니

하룻밤새 “괘념치 않는다” 확전 자제...재신임 염두, 전략적 행보 시작?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8-05-30 13:47:53

정우택 이어 박성효도 "기울어진 운동장...홍대표 기여한 바 크다" 비판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30일 홍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백의종군'을 요구하는 정우택 전 원내대표 발언을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며 거칠게 받아치던 전날과 달리 "괘념치 않는다"며 확전을 자제했다.

특히 "사마의(司馬懿)를 생각하면서 한없이 참아야 하는데 바로 반응하는 것은 아직도 내게 열정이 남았다는 증좌일 수도 있다"고 강조, 변모된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최근 6.13 지방선거 이후 조기전당대회 개최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재신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홍 대표가 가시화된 당권 경쟁 구도에서 나름의 계산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정 전 원내대표는 전날 “당 지도부는 끝없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당 지지율과 선거전략 부재의 책임을 지고 ‘백의종군'의 자세로 헌신할 것을 호소한다”며 공개적으로 홍준표 대표의 ‘2선 후퇴’를 촉구했다.

정 전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남북관계와 동북아의 정세를 송두리째 뒤바뀔 수 있는 외교안보적 급변상황이 전개되고 있는데도 당 지도부가 설득력 있는 논리와 대안제시 없이 무조건 반대하는 식으로 비춰져 당의 미래지향적 좌표설정에 실패했다”며 "이대로 가면 6.13 지방선거는 보수 궤멸의 현실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당 재건의 씨앗이라도 싹틔울 수 있도록 백의종군 자세로 헌신할 것을 지도부에 다시 한 번 간곡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홍 대표는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분란을 일으켜 지방선거를 망치게 하려는 심보"라는 등 강도 높은 발언을 여과 없이 쏟아내면서 “그 사람(정 의원)은 충북에서 유일하게 자기 지역의 도의원도 공천 못 한 만큼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고 정 전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그러던 홍 대표가 하룻밤 사이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모두가 합심해야 할 때에 지도부 흠집이나 내는 행태는 어제 오늘 있었던 일은 아니다"며 대응 전략을 달리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 홍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 언제나 당당하게 원칙과 정도로 위기를 돌파해 왔다"며 "(지도부를 흠집내는)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그걸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사람이 당내에 한명도 없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무계파로 당 운영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박성효 한국당 대전시장 후보도 "저를 포함해 대부분의 우리 당 후보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홍) 대표님이 백의를 입고 헌신해 주실 것을 고대할 것"이라며 홍 대표 비판에 가세하고 나서 주목된다.

박 후보는 전날 SNS를 통해 "정우택 의원의 충정을 개소리로 치부하는 대표님의 참을 수 없는 입의 가벼움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면서 "모멸감을 느낀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 지금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여당 후보를 찍겠다는 사람이 상당수"라며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게 된 데에는 홍 대표가 기여한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9일 "자유한국당은 경제 사회 질서를 수호할 유일한 수권세력임에도 자가당착에 빠진 모습과 정국오판으로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며 "당 지도부가 백의종군의 자세로 헌신할 것을 호소한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낸 4선 중진 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방선거 앞으로 보름, 이대로는 안 된다! 백의종군의 자세로 민심에 다가서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같이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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