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 첩첩산중...2차 북미회담 연내 성사도 물 건너간 듯

문 대통령 ‘대북 제재완화’ 요청했지만 유럽 정상들 “CVID” 한 목소리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8-10-22 10:51:22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7박 9일의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지만 북한 비핵화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제재 완화의 결정권을 갖고 있는 프랑스 영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핵심 국가 정상들을 대상으로 대북 제재 완화를 설득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부터 이행해야 한다'는 등 북한에 대한 서구 유렵의 ‘불신'만 확인하고 돌아왔다는 관측이다.

특히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선 CVID는 물론이고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촉구와 북한 인권 개선의 필요성을 담은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도 연내 성사가 물건너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블룸버그 통신은 20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관리 발언을 빌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에 이뤄질 것 같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전날 익명의 트럼프 행정부 고위직이 “회담은 내년 1월 1일 이후에나 열리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비핵화 실무회담 결과에 따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연내 개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버리지 않는 모습이다. 그러나 현실은 “최대한 빨리 만나자”고 했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아직 첫 회동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등 녹록치 않다는 관측이다.

실제 북측의 제재 완화 요구와 미측의 비핵화 이행 조치 요구가 팽팽히 맞서면서 회동 장소 등 실무 논의 조차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정부가 연내 성사를 목표로 추진해 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남북 관계 관련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전략 수정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와 여권은 오히려 남북 경협과 대북제재 해제 논의 등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실제 정부는 22일 개성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산림 협력 분과 회담을 열고 철도 공동조사도 이르면 이번 주 중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개성 연락사무소에선 이달 말 중 보건의료 회담과 체육 회담을, 다음 달 중에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열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선 한미공조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양상이다.

이미 "5·24 조치 해제를 검토 중"이라고 했던 강경화 외교부장관 발언이 알려지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승인' 없이는 못한다"고 제동을 걸고 나서는 등 한미 간 갈등이 노출된 바 있다. 또 미군이 주도하는 유엔사가 8월말 경유 반출을 이유로 남북 경의선 철도 공동조사를 무산시킨 바 있다. 특히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 협력에 대한 진척이 있을 때마다 미국 내에서 꾸준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어떻게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낼 지를 놓고 한국과 미국의 마찰이 커지고 있다"며 "워싱턴(미국 정부)은 압박을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서울(한국 정부)은 제재를 완화하고 북한을 고립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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